13년 전 악몽은 없었다…그래서 더 대단한 1번 키커 손흥민

손흥민. 연합뉴스
13년 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 한일전.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일본에 졌다. 단 한 명도 승부차기를 성공하지 못하는 악몽을 꿨다. 1번 키커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의 실축으로 다음 키커들도 흔들렸다. 2번 이용래(대구FC), 3번 홍정호(전북 현대)가 차례로 실축하면서 0대3으로 패했다.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 만큼 1번 키커도 중요하다. 다음 키커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라면 그 영향은 더 크다. 당시 구자철은 15번째 A매치였다. 이용래는 6번째, 홍정호는 5번째였다.

실제로 홍정호는 "앞의 두 키커가 실축해 심리적으로 좀 불안했다"고 털어놓았다.

박지성과 이영표 같은 베테랑들은 키커에서 빠졌다. 본인들의 선택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본인들이 차고 싶다면 왜 안 넣었겠냐. 연습을 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더 좋았고, 본인들도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기회가 오지는 않았지만, 1~3번 다음 4번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5번은 기성용(FC서울)이었다.

13년 만에 카타르에서 다시 펼쳐진 승부차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13년 전과 달리 베테랑들에게 승부차기를 맡겼다. 1번 손흥민은 A매치 121경기(사우디아라비아전 포함), 2번 김영권(울산 HD)은 107경기, 4번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은 62경기를 소화했다. 3번 조규성(미트윌란)은 35번째 A매치였다.

무엇보다 1번 손흥민 카드로 분위기를 잡았다. 클린스만호에서 페널티킥을 책임지고 있는 손흥민이지만, 승부차기의 부담은 또 다르다. 게다가 1번 키커다. 하지만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먼저 성공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골문을 열었다.

이후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이 차례로 성공했고, 골키퍼 조현우(울산)가 두 차례 선방을 펼치면서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캡틴'의 존재감을 보여준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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