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사후 100주년 시전집 출간

[신간]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민음사 제공

"진실의 길은 / 공중 높이 매달려 있는 밧줄이 아니라, / 땅바닥 바로 위에 / 낮게 매달린 / 밧줄 위에 있다. / 그것은 걸어가게 하기보다는, / 오히려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프란츠 카프카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92번에서

프란츠 카프카(1883~1924년) 사후 100주년을 맞아 시 116편과 드로잉 60개를 수록한 카프카 드로 잉 시전집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이 출간됐다.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하고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한 편영수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소개되는 국내 최초 카프카 시전집이다.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불행·슬픔·고통·공포,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그리고 5부는 자유와 행복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묶었다.

카프카는 괴테, 프리드리히 횔덜린, 월트 휘트먼을 좋아했다. 편영수 교수는 카프카가 "의도적으로 산문과 시를 서로 연결시키고 서로 침투시켰다"고 말한다. 카프카는 "'선고'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시다. 따라서 '선고'가 효과를 거두려면 그 둘레에 여백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프카는 시와 산문을 구분하지 않고자 했다. 그는 동일한 텍스트를 산문으로도 쓰고 행과 연으로 구분해서 시로도 쓰곤 했다.

"작은 영혼이여, / 그대는 춤을 추며 뛰어오르고, / 따스한 공기 속에 머리를 드리우고, / 바람에 거칠게 흔들리는 반짝이는 풀밭에서, / 두발을 쳐드는구나." -프란츠 카프카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99번에서

한때 화가가 되려고도 했던 카프카는 1913년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함께 산책하던 때를 회상하며 그녀에게 심리적으로 가까워진 그 신비를 글로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다가 편지에 드로잉을 그려 넣었다. 카프카는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을 자주 드로잉으로 표현해 내곤 했다.

그 시절에 카프카는 "드로잉은 그 어떤 것보다도 나에게 만족감을 준다"고 회상한다. 그의 낙서 형식 드로잉들은 주로 인물들의 표정과 자세를 단순한 터치들로 매우 동적으로 묘사해 낸다.

1902년에 카프카를 처음 만난 막스 브로트 역시 처음에는 카프카의 드로잉을 눈여겨보았고 카프카는 주로 편지나 노트의 여백에 드로잉을 남겼다. 나중에 막스 브로트가 그 부분들을 오려내서 카프카 컬렉션을 만들었다. 현재 약 150점 정도의 스케치가 살아남았다.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은 불법으로 경매되던 카프카 드로잉들을 되찾아 공공재로서 2021년에 온라인 전시로 공개한 적이 있다.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에는 막스브로트재단 아카이브에 새롭게 포함된 카프카 드로잉들을 포함해 60점이 수록돼 있다.

이 시전집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카프카의 시적 재능과 그의 드로잉 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 글·그림 | 편영수 옮김 | 민음사 |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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