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이 독살됐다, 원인은 생감과 게장?…선조들의 '조선요리비법'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조선 21대 왕인 영조는 52년 재위기간 이복형이자 선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세간의 흉문에 시달려야 했다.

조선의 제20대 임금인 경종(재위 1720~1724)은 여러 날 동안 아팠다.

조선왕조실록 '경종실록' 4년 8월 22일의 기사에 따르면, 경종은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다가 끝내 숨을 거두었다. 원인으로는 그로부터 이틀 전 먹은 생감과 게장이 지목됐다.

이 음식은 서로 상극이라는 논리로 제시됐지만 오늘날의 상식으로 보면 엉상한 논리다. 당시에는 실록에도 "의가(醫家)에서 매우 꺼리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위험한 조합으로 봤다.

조선 후기부터 전해지는 한글 요리서 '음식방문이라'는 과실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감과 배와 게를 함께 먹지 말라"는 내용과 함께 각별히 신경써야 할 지침이 실려 있기도 하다.

"감과 배와 게를 함께 먹지 말고, 과실이 땅에 떨어져 구더기가 꼬인 것을 먹지 말며, 먼저 익어서 떨어진 과실은 반드시 독한 벌레가 숨어 있을 것이니 먹지 말아야 한다. (564쪽)"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기에 널리 쓰인 '요리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9세기 이후 필사본 형태로 전하는 주식방문·음식방문이라·언문후생록 등 한글 요리서를 국어학·음식학·생활사 전문 연구자들이 충실한 번역과 상세한 주석을 통해 국어학적 지식과 음식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조선 요리 비법: 장서각 소장 주식방문·음식방문이라·언문후생록 역주'를 펴냈다.

주식방문·음식방문이라·언문후생록은 모두 붓으로 필사한 자료다.

장서각 소장 귀중본 자료인 이 자료들은 보존·판독·해석 등 여러 문제로 연구자와 대중 모두에게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를 중심으로 각 분야 학자 10명이 참여해 한글 요리서 고전 3종을 분석하고 해석해 풀어냈다.

책 앞부분 해제에서는 이들 한글 요리서 3종의 특징과 구성, 다른 기관이 소장한 자료와 차이점 등을 나열하고 자료별로 등장하는 요리법과 항목이 몇 가지인지 설명한다. 주식방문의 경우 114가지의 요리법 재료 항목이 들었다. 이중 당시 간식이라 할 수 있는 병과(餠菓·떡과 과자)류가 35가지에 달한다.

요리법과 음식을 먹을 때 조심해야 할 일 등 110가지, 의료와 가옥 관련 내용 12가지가 담긴 음식방문이라와 조선 후기 음식사 연구에 영향을 준 언문후생록 등 조선시대 음식문화를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고증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영하·라연재 외 역주 | 한국학중앙연구원 | 6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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