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탈의 그날까지…일본은 집요했고 대한제국은 저항했다

[신간] 한국 병합

열린책들 제공

3·1절에 맞춰 출간된 '한국 병합'은 한국 근대사를 연구해온 모리 마유코(森万佑子) 도쿄 여자대학교 부교수가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탄하는 과정을 담대하게 추적한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의 젊은 세대는 물론 우리 한국인도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는 국권 피탈의 상세한 역사적 과정을 다시금 짚어 본다. 일본인 연구자의 저작임에도 일본 측 사료에 국한되지 않고 한일 양쪽의 사료를 골고루 분석하고 당대사를 정리했다.

국권을 강제 피탈 당한 우리의 입장에서 '병탄(併呑)'이라는 표현이 당연하지만 일본의 경우 한데 합쳐졌다는 표현으로 '병합(倂合)'이라는 말을 지어 사용하고 경술국치 이후 현재까지 '병합'으로 쓴다.

그동안 일본의 역사학자나 저작자들이 '일본이 한국을 병합해 가는 과정'을 주로 다뤄왔다면 이 책은 '대한제국이 성립하고 붕괴되어 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대한제국 황제와 정부를 주인공의 자리에 놓고,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했거나 동조했던 다양한 인물과 세력의 정체와 역할을 분석한다.

대한제국 정부 수립 이후 청일전쟁, 갑오개혁, 러일전쟁, 을사보호조약, 내정간섭, 헤이그 특사 등 한반도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추적하며 일본의 야심과 대한제국이 어떻게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갔는지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1990년대 이후 30여 년에 걸쳐 한일 연구자들의 관련 연구와 성과, 논쟁점도 다룬다.

80년대 후반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늘고, 동시에 한국에서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쉽지 않았던 대일 관계 및 식민지 역사에 대한 비판적 견해 제기가 급격히 는다. 아울러 김학순 할머니의 위안부 관련 증언이 나오면서 강제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대중의 관심과 발언도 본격화한다.

저자는 일본의 국권 피탈과 식민지 지배를 두고 주로 역사학 대 국제법의 구도로 펼쳐져 온 한일 양측의 학술적 공방을 소개하며, 당시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통치에 대한 '합의'와 '정당성'을 무리하게 얻으려 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학자가 새로운 관점을 통해 한일 간 갈등 속의 역사적 진실과 지정학적 배경을 짚어낸다.

모리 마유코 지음 | 최덕수 옮김 | 열린책들 |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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