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2일 5차 회의 브리핑을 통해 "11명의 후보가 추려졌다"고 밝혔다. 11명 중 외국인 지도자가 7명, 그리고 국내 지도자가 4명이다.
문제는 4명의 국내 지도자 가운데 현직 K리그 감독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지난 2월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 후 "국내 감독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직 감독은 선수단 파악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FC서울 김기동 감독,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 감독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당장 K리그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팬들은 분노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축구회관 앞에서 트럭 시위도 펼쳤다.
결국 전력강화위원회는 노선을 변경했다. 임시 사령탑 체제로 3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태국)을 치른 뒤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했고, 올림픽 대표팀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3월 A매치를 치렀다.
하지만 또 현직 K리그 감독들을 후보 리스트에 올렸다.
사실 당연한 결과다. K리그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감독에게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한다는 것은 곧 최고의 국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의 선임) 제2항에 따르면 협회는 선임된 감독 및 코치가 구단에 속해있을 경우 구단의 장에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대한축구협회가 현직 K리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다면 소속 구단은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정해성 위원장은 "사실 국가대표는 한국 축구를 위한 것이고, 명예스러운 자리"라면서 "시즌 중간에 감독이 팀에서 나오면 그 팀은 크게 어려울 수 있다. 그런 부분은 대한축구협회와 어떤 감독이 될지 모르지만, 그 소속팀과 충분히 소통을 해야 한다. 팬들에 대한 예의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성 위원장의 말대로 소통이 우선, 아니 필수다. 규정을 앞세워 억지로 떠맡기는 모양새, 흔히 말하는 대의를 강조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