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권위주의 세상에 맞섰던 모녀 '메리와 메리'

[신간] 역사 전기 '메리와 메리'

교양인 제공

인간 본성의 심연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 크리처물과 과학적 상상력에 불을 지핀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초판본이 메리 셸리에 의해 영국에서 출간됐다. 18~19세기 낭만주의 시대 영국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는 여전히 제한적이었지만 이미 그녀의 어머니는 한 세대를 앞서간 여성 운동가였다.

이 책 '메리와 메리'는 최초의 페미니즘 저서로 꼽히는 '여성의 권리 옹호'(1792)를 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와 그녀의 딸이자 과학 소설의 고전 '프랑켄슈타인' 저자 메리 셸리(1797-1851)의 이야기다.

가장 비범하고 담대했던 두 모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의 삶과 사상을 함께 다룬 최초의 전기다. 메리 셸리의 전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메리 셸리를 출산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울스턴크래프트는 산욕열로 세상을 떠났다. 대화조차 한 번 나눠보지 못한 모녀는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직면한 불의에 도전했다.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킬 중요한 책을 썼으며, 낡은 인습에 맞서 자유와 독립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급진적 사상이 작가로서 메리 셸리의 창작 결의에 어떻게 불을 붙였는지 살펴본다. '여성의 권리 옹호'와 '프랑켄슈타인'뿐 아니라 그들이 남긴 다양한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어머니가 딸에게 남긴 문학적 유산과 페미니즘 유산을 흥미롭게 들여다본다.

두 모녀는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취급되던 영국 사회에서 관습을 깨부수고 스스로 운영을 개척하고자 했던 대가다. 이로 인해 한 세기가 넘도록 남성의 영역을 넘본 타락한 여성, 읽을 가치가 없는 작가, 천재 시인 남편과 혁명가 어머니의 보조적인 존재라는 힐난과 폄하에 시달리기도 했다.

두 여성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통해 여성의 삶을 구속하는 불공정한 인습을 맹렬히 비판하면서 여성의 정치적 권리인 참정권을 처음으로 요구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전업 작가로 활동한 최초의 여성 작가였다.

울스턴크래프트는 남편 고드윈에게 "글을 쓸 사적인 시간을 확보할 권리"가 자신에게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드윈은 급진적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아나키즘의 선구자였다. 둘은 결혼하고도 한집에 살지 않고 각자의 작업 공간에서 집필 활동을 하는 신혼 생활을 보냈다.

딸 메리 셸리는 19세기 초 열아홉의 나이에 '프랑켄슈타인'을 세상에 내놓으며 과학소설(SF)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 시대를 열었다. 정복·권력·전쟁으로 대표되는 "남성적 가치가 세상에 초래하는 고통을 소설로 비판한 최초의 작가"였다.

그는 바이런, 키츠와 함께 영국 낭만주의 문학사를 대표하는 3대 시인으로 꼽히는 퍼시 비시 셸리(1792-1822)와 열여섯 살에 결혼했다. 퍼시가 익사로 요절하는 바람에 부부로 산 기간은 짧았지만 남편과 당대 문학가들과의 교류 역시 메리 셸리를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게 한 발판이었다.

저자는 두 모녀의 전기를 통해 상류층 가문에서 가정교사로 일했던 가난한 집안의 소녀 가장이 어떻게 '페미니즘의 성서'라 일컬어지는 책을 쓴 급진주의 사상가가 될 수 있었는지, 어머니와 평생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한 딸이 어떻게 어머니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아 문학사를 뒤바꾼 획기적인 소설을 쓸 수 있었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책은 18세기 파리와 런던, 급진적인 낭만주의 운동이 거셌던 19세기 영국의 풍경을 펼쳐낸다.

샬럿 고든 지음 | 이미애 옮김 | 교양인 | 7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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