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쿼터까지 팽팽했던 승부가 3쿼터 시작과 동시에 KCC로 넘어갔고, kt는 추격조차 하지 못했다. 허훈의 표현을 빌리면 "아무 것도 못 보여주고 진 경기"였다. 허훈이 2차전에서 이를 악문 이유다.
허훈은 29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40분 풀타임을 뛰며 22점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t는 허훈의 활약과 함께 KCC를 101대97로 격파하면서 1승1패 균형을 맞췄다.
허훈은 "1차전을 지고 나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쉬웠다.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고, 이겨서 기분이 좋다"면서 "한 경기 이겼다고 너무 좋아할 것은 아니고,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 비디오도 보고,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1차전 패배 후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kt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경기를 안 하고 진 것 같았다. 이런 팀이 아닌데,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면서 "2차전마저 지면 확률이 떨어진다. 죽기살기라는 마음으로 뛰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다음 경기도 똑같은 마음으로, 우승할 때까지 절실하게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훈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벤치에서 시작했다. 승부가 갈린 3쿼터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kt 송영진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허훈의 선발 출전이다. 특히 허훈은 패리스 배스가 단 1점도 넣지 못한 1, 2쿼터에만 18점을 올리며 그야말로 버텼다.
배스도 "전반에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허훈이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kt는 현대모비스와 6강 플레이오프를 4차전, LG와 4강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다. 하지만 허훈은 40분을 교체 없이 소화했다.
허훈은 "체력적으로는 다 힘들다. 물론 KCC도 힘들겠지만, 우리는 6강과 4강을 다 접전을 치르고 와서 KCC보다 더 힘들다. 힘들다고 경기를 안 할 것도 아니고, 이제 정신력 싸움"이라면서 "뛰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이긴다고 하면 180분도 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형제 대결이고, 또 잔치다. 뭘 보여주고 졌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아무 것도 못 보여주고 져서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면서 "오늘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승부처에서 배스가 힘들 대 내가 더 했어야 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하윤기와 2대2를 많이 해야 하는데 자꾸 1대1을 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KCC 전창진 감독도 "오늘 허훈이 대단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