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오르간 거목 우스텐 "'수난 교향곡' 연주, 영혼의 환희"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 롯데문화재단 제공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네덜란드 출신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69)이 6월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롯데콘서트홀의 2024 오르간 시리즈 첫 무대다.

우스텐은 네덜란드와 프랑스 양국에서 추앙받는 오르가니스트다. 199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 기사훈장(슈발리에)을 수훈했고 데뷔 50주년이던 2020년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시에서 기념 메달을 수여받았다. 현재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헤이그 대성당 오르가니스트와 헤이그 국제오르간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낭만 오르간 악파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음악으로만 무대를 채운다. 1부는 △비에른의 '세 개의 즉흥곡' 중 '주교의 행렬' △프랑크의 코랄 제1번 마장조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제5번 바단조 중 1악장, 2부는 △뒤프레의 '수난 교향곡' 전 악장(4악장)을 연주한다.

우스텐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거장들의 위대한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라거 오르간(오스트리아 라거사 제작)의 다양한 색채와 역동적 가능성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도르는 엄격한 테크닉 규칙이 있는 보수적 연주 스타일을 전파했다. 반면 프랑크의 오르간 연주는 피아니스트적인 접근 방식에서 비롯됐고 매우 자유로웠다. 작곡가의 곡 특성에 맞게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그리스도의 생애를 음악적으로 묘사한 뒤프레의 '수난 교향곡' 전 악장을 드물게 실연으로 들을 기회다.

"오르간을 위한 교회 교향곡 음악 중 첫 손에 꼽힐 정도로 위대한 작품이에요. 뒤프레의 전기 작가 아베 로버트 델레스트레가 '이 작품에서 오르간은 사람의 영혼의 환희를 공유하며 함께 기도하고 울고 기뻐한다'고 표현했을 정도죠."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 롯데문화재단 제공
우스텐은 15살에 헤이그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연 뒤 50년 넘게 한 길을 걷고 있다. 오르간과는 운명처럼 만났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간 연주자였다. 집에는 항상 음악이 흘렀다.

"오르간 소리에 대한 첫 인상은 압도적이었어요. 오르간은 어릴 때부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됐죠."

그는 6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헤이그에서 열리는 오르간 연주회를 자주 관람했다. 이후 몇 년간 아버지가 오르간 연주자로 일하는 교회에서 가끔씩 찬송가를 반주했다.

"11살 때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임명됐고 그 무렵 오르가니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죠."

프랑스 낭만 오르간 음악과 사랑에 빠진 것도 이때다.

"1960년대에는 프랑스 낭만 오르간 음악이 금단의 레퍼토리처럼 여겨졌어요. 공교롭게도 당시 헤이그에서 유명했던 연주자가 콘서트에서 이 레퍼토리를 많이 연주했죠. 1762년 작품이었지만 저는 이 곡을 듣자마자 매료됐어요."

우스텐이 생각하는 오르간의 매력은 뭘까. 그는 "무한대의 음색과 역동적인 가능성을 지닌 악기다.조용한 명상부터 황홀경에 이르는 다양한 분위기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실제 모차르트는 오르간을 "악기의 제왕", 비도르는 "끝이 없는 음색을 가진 유일한 악기"라고 했다.

"오르간을 연주할 때면 열 손가락과 발가락, 발뒤꿈치 등 14개의 팔다리가 움직입니다. 이는 길고 힘든 학습 과정과 기술적인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어요. 관람객들은 이번 공연을 보면서 오르간이 단순히 교회 악기가 아니라 위대한 작곡가에게 영감을 준 콘서트용 악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러러면 오르가니스트가 매력적이고 수준 높은 연주를 해야겠죠."
롯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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