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만찬 겸 시상식에서 올해의 수상작으로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작 '카이로스'는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유럽의 최대 격동기였던 1980년대 두 남녀의 관계가 파괴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캐나다 작가 엘리너 와크텔은 "이 소설은 고통스러운 연애, 뒤얽힌 개인적, 국가적 변화를 풍부한 질감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내셔설 부커상은 작가 본인과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된다. 상금은 5만파운드(약 8670만원)로 예니 에르펜벡과 번역가 미카엘 호프만에게 각각 2만5천파운드씩 돌아간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 부커상 수상의 기대를 모았던 황석영 소설 '철도원 삼대'는 최종 후보 6개 작품에 포함됐으나 아쉽게 최종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2020년 발간된 '철도원 삼대'는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삼대에 걸쳐 실감나게 다룬 대작이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근현대사를 철저한 고증을 더해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최종후보작 6편 중 아시아 작품은 '철도원 삼대'가 유일하다. 한국 작가 작품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부문에 오른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황석영은 2015년 소설 '해질 무렵'(At Dusk)으로 2019년 부커 인터내셔널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부커 인터내셔널상 전신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8년 한강의 또 다른 소설 '흰'과 2022년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이 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천명관의 장편 '고래'가 최종후보에 올랐다가 고배를 들었다.
황 작가는 시상식 직후 현지에서 함께한 취재진에 "(한국 독자들이) 속상해 하실 것 같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더 열심히 쓰겠다"고 밝혔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2005년 신설돼 2016년부터 매년 시상하는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