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소동 일단락' kt, 이제 '꼴찌→2위 마법' 재현만 남았나

2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t 대 두산 경기. 12대 3으로 승리한 kt 선수들이 이강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왕에 빛나는 거포의 방출 요청. 트레이드로 소동은 일단락이 됐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한 kt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일까.

kt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리그' 두산과 원정을 마친 뒤 트레이드를 전격 발표했다. 베테랑 우타자 박병호, 삼성 좌타 거포 오재일 등 38살 동갑내기 선수들이 대상이었다.  

당초 박병호는 올 시즌 줄어든 출전 기회에 불만을 드러내 kt에 방출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구단은 함께 가자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박병호는 완고했고, 방출과 트레이드 등 소문이 무성했다.

분위기는 뒤숭숭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전 kt 이강철 감독에게는 박병호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이 감독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박병호가 구단에 이적을 요청한 사실 외에 진전된 부분이 없다"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박병호는 2021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는데 kt가 영입을 제안했다. 3년 30억 원에 보상액 22억5000만 원까지 총 52억5000만 원이 들어간 계약이었다. 박병호는 2022년 홈런왕(35개)과 함께 98타점의 성적을 내며 화답했고, 지난해도 타율 2할8푼3리 18홈런 87타점으로 팀의 한국 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해 에이징 커브가 왔는지 박병호는 올 시즌 44경기 타율 1할9푼8리 3홈런 10타점으로 부진하다. 그 사이 문상철이 전날까지 타율 3할7리 9홈런 21타점으로 활약하며 주전 1루수를 꿰찼다.

2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t 대 두산 경기. 7회 초 2사 3루 때 KT 문상철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문상철은 이날 4안타 5타점의 불방망이로 12 대 3 대승을 이끌며 존재감을 뽐냈다. 여기에 kt도 경기 직후 트레이드를 발표하면서 박병호와 공식 결별했다.

kt는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5월 이후 20경기 12승 8패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최근 7연패에 빠진 6위 SSG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5연패를 당한 5위 NC에도 3경기 차다.

부상으로 빠졌던 선발 투수들이 복귀하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 이 감독은 "웨스 벤자민은 다음 달 4일에 복귀하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소형준은 이달 31일 실전 투구 훈련을 시작한다"면서 "이들이 복귀하면 본격적으로 반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8일 트레이드로 팀을 바꾼 kt wiz 내야수 박병호(왼쪽)와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오재일. 연합뉴스


여기에 박병호 소동도 일단락이 된 만큼 선수단도 분위기 쇄신할 수 있다. 문상철은 박병호의 트레이드에 대해 "노 코멘트하겠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선수들도 '막연히 올라갈 거야'는 아니겠지만 지금 완전체가 아닌 가운데 잘 버티고 있고, 선발 투수들이 돌아오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순위표 아래 있어도 다운되지 않고 언젠가 올라갈 것이라는 분위기가 선수단에서는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재일이 합류하면 좌타자인 만큼 우타자 문상철과 역할 분담을 할 수도 있다. 이 감독은 "좌타자 오재일은 (우타자인) 박병호와는 다른 스타일의 거포"라면서 "문상철과 체력 안배를 하면서 번갈아 쓸 수도 있다"고 활용 계획을 밝혔다. 문상철도 "주전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만큼 하던 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kt는 5월 28일 당시 승률 4할을 밑돌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시즌을 2위로 마치며 한국 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마법을 일으켰다. 올해는 시즌 초반 부진 속에 '박병호 홍역'까지 앓았지만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과연 kt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지난해처럼 반등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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