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은 지난 2023-2024시즌 36경기에 출전해 111세트를 소화했다. 전 경기에 출전했으나 36경기 131세트를 뛴 한다혜(페퍼저축은행)보다 세트 출전 수는 부족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한다혜가 페퍼저축은행으로 떠나면서 한수진이 차기 시즌 주전 리베로를 맡게 됐다.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이영택 GS칼텍스 신임 감독은 "한다혜가 팀을 떠났지만, 한수진과 유가람이 충분히 빈자리를 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두 선수에게도 좋은 기회니까 잘 잡아서 좋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수진은 디그가 장점이지만 리시브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시즌 리시브 효율은 31.78%에 그쳤다. 반면 데뷔 첫 시즌을 마친 유가람은 10경기(15세트) 리시브 효율 66.67%로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이에 이 감독은 "그동안 한수진이 디그는 좋은데 리시브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자리가 주어지면 충분히 해낼 역량을 가진 선수"라면서 "리시브와 디그를 나눠서 맡기는 건 선수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두 선수가 공정하게 경쟁을 하면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30일 경기도 청평의 GS칼텍스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한수진은 "갈수록 성적이 안 좋아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계속 힘든 경기를 하다가 시즌이 끝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후반기부터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부진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다혜를 비롯해 강소휘(한국도로공사), 최은지(흥국생명)도 이적했고, 베테랑 정대영과 한수지는 은퇴를 선언했다. 한수진은 주축들이 대거 이탈한 데 대해 "부담보다는 생각 없이 그냥 즐기려고 한다"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다른 생각은 안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니들이 모두 떠나면서 갑작스레 고참급이 됐다. 현재 팀에서 한수진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1998년생 안혜진과 빠른 1999년생 유서연 둘뿐이다. 유서연과는 같은 1999년생이지만 빠른 년생이라서 중학교 때부터 언니라고 부르던 사이다.
이에 한수진은 "갑자기 고참이 됐지만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 맞춰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앞장서야 하는 위치가 된 만큼 운동을 더 즐겁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30대 선수가 없을 만큼 확 젊어진 팀 분위기는 어떨까. 한수진은 "분명 밝은 에너지가 생겼다. 하지만 무거운 분위기도 필요해서 언니들과 잘 이끌어야 할 것 같다"면서도 "확실히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밝은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워도 점차 발전하면 더 높은 곳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언니들처럼 노련함은 없지만, 없는 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즌 종료 후 이영택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고, 현재 체력 운동 위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볼 운동은 약 2주 전 시작했다. 한수진은 "감독님께서 차근차근 몸 관리를 해주고 계셔서 선수들도 빠르게 회복하고 감을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차기 시즌에는 주축들이 대거 이탈한 만큼 더 힘든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수진은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인데, 일단 그냥 부딪혀 봐야 할 것 같다"고 이를 악물었다.
개인적으로는 단점인 리시브를 보완해 팀에 더 큰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한수진은 "수비는 수비대로 훈련을 하고 있고, 리시브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한수진은 "팀이 많이 어려졌지만, 1~2년 후에는 더 성장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후회 없는 시즌을 보내야 할 것 같다"면서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리시브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리시브도 잘하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