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비극 잊었나' 서울시태권도협회, 심판 졸속 선발 논란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올해 심판 선발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열린 협회 주관 대회 모습. 제보자 제공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올해 심판 선발이 일부 졸속으로 진행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협회는 지난 2월 2024 상임 심판(겨루기/품새) 교육 및 실기 평가를 실시했다. 2월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영등포 제1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날 참여한 100여 명 지원자가 주·부심 수신호, 채점기 사용법 등 실기와 경기 규칙, 진행 절차, 영상 시청 등 이론 교육을 받았다. 이후 실기 평가를 통해 겨루기와 품새, 격파 등 심판들이 선발됐다.

이런 가운데 협회는 지난 3월 심판 교육 및 선발을 추가로 실시했다. 3월 7일 서울 둔촌동 한국체대우리태권도장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3월 심판 선발은 2월 당시와 비교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월 행사는 개회식과 교육, 강평에 실기 평가까지 점심 식사 시간을 빼고도 6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3월 심판 교육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뿐인 일정이었다.

그나마도 실기 시험, 면접 심사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한 심판은 "일반적으로는 심판에 대한 이론과 실기 등 교육이 진행돼야 하는데 판정과 채점기 조작 등 실기는 전혀 없었다"면서 "13명 참석자에 대한 소개와 인사 등을 빼면 실제 교육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에 2월 심판 선발과 관련해서는 서울시협회가 25개 구협회에 일찌감치 지원 자격과 제출 서류, 절차 등과 관련된 공문을 보냈다. 1월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 동안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안내도 공지했다.

그러나 협회는 3월 심판 교육 및 선발과 관련해서는 바로 전날 문자로 대상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약식 교육까지 공모라기보다는 사실상 합격자를 내정한 가운데 형식적으로 절차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월 심판 선발과 교육에는 13명만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공지했던 지난해 추가 모집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었다.

한 태권도 관계자는 "추가 모집 때 선발된 심판들은 상당수가 현 협회 집행부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인사들"이라면서 "대회 판정과 향후 협회장 선거 등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기 사람들을 심으려는 꼼수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졸속 행정으로 선발된 미숙한 심판들이 판정을 맡으면 이를 보완한다는 명목 하에 집행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태권도협회 주관 대회에 나선 심판들의 모습. 제보자 제공


실제로 지난 3월 제105회 전국체전(품새) 서울특별시대표 선발전에서 문제가 될 만한 심판 배정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도장에서 지도하는 제자들의 경기 판정을 맡거나 자식이 선수로 출전한 심판이 대회에 배정된 경우다. 실제 심판이 자식의 경기 판정을 맡지는 않더라도 대회에 배정돼 대회장에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른 심판들의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태권도협회 심판위원회 규정 제5장 심판 평가 및 배정 제20조(심판의 제척)는 1.심판이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 지도자, 선수 관리 담당자(이하 경기 참가자)와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경우 2.심판이 경기 참가자와 동일 소속팀이거나 활동했던 경우에는 해당 경기에서 제외된다. 단, 대표자 회의 또는 경기 전 현장 지도자 미팅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태권도 심판은 "규정에는 심판이 해당 경기에만 제외된다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당일 경기장에는 나오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심판이 대회장에 모습을 비치는 것만으로도 다른 심판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미숙한 심판들에 대해 경기 당일 오전에 기계 조작법 채점 방식을 교육하더라"면서 "때문에 고참급 심판들이 다른 심판의 판정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협회 측은 심판 선발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자형 협회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었으니 회장인 내가 심판 선발을 승인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협회 심판 선발 관련 실무자는 2, 3월 심판 선발 과정이 달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회장님께서 승인한 사안"이라면서 "스포츠윤리센터도 이와 관련한 제보를 받고 협회에 요청한 자료를 제출한 만큼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지난 2013년 판정 문제로 엄청난 파문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편파 판정으로 피해를 입은 선수의 아버지가 억울함에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서울시협회는 심판과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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