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날 판 되자 반등?' LG 외인 투수 듀오, 대오각성하나

왼쪽부터 엔스, 켈리. LG 트윈스 제공·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선발 야구'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보다 약해진 불펜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선발 투수들이 최대한 오랜 이닝을 버텨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LG 선발 로테이션은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 케이시 켈리와 토종 임찬규, 최원태, 손주영이 책임지고 있다.

국내 선발진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토종 1선발 임찬규가 초반 부진을 딛고 일어서 최근 3경기 3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최원태는 벌써 6승을 쌓아 올리며 리그 다승 순위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손주영 역시 11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 3.64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거듭된 두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은 염 감독의 최대 골칫거리였다. 실제로 염 감독은 5월 초까지만 해도 "우리 팀은 외국인들이 연승을 다 끊어버린다. 상대 5선발하고 붙어서 1선발이 진다"며 한탄했다.

그래서 차명석 단장은 지난달 28일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염 감독은 당시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명은 바꿀 생각"이라며 "냉정하게 판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엔스와 켈리 중 1명만 살아남는 '생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두 선수의 경기력이 이때를 기점으로 반등하고 있다.

우선 LG 1선발 엔스는 차 단장의 미국행 이후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엔스는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에 선발 출전해 6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9개나 솎아냈다. 이달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엔스는 6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의 성적을 거두며 승리 투수가 됐다.

앞선 11경기에서는 4승 2패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이 10점을 넘어선 경기만 3경기나 된다. 이에 비하면 눈에 띄게 좋아진 투구다.

'잠실 예수' 켈리도 마찬가지다. 켈리는 직전 경기인 1일 두산전에서 6이닝 4피안타 2실점(0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앞선 경기인 5월 2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역투를 펼친 뒤 2경기 연속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켈리는 앞선 10경기에서는 고작 1승만 거뒀고 6패를 떠안았다.

두 외국인 투수의 컨디션이 올라오면 LG 구단 입장에서도 반드시 교체를 단행할 이유는 사라진다. 염 감독도 엔스와 켈리의 활약이 시작되자, 둘 다 팀에 잔류해 시즌 끝까지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염 감독이 그리던 '선발 야구'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덕분에 성적은 자연스레 좋아지고 있다. LG는 최근 10경기에서 9승 1패로, KBO 리그에서 가장 좋은 기세를 내뿜는 중이다.

현재까지 LG는 34승 24패 2무 승률 5할8푼6리를 기록해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1위 KIA 타이거즈와는 1.5경기차밖에 나지 않는다.

엔스와 켈리의 활약은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LG는 4일부터 잠실 홈으로 키움 히어로즈를 불러들여 주중 3연전을 치른다. 주말에는 kt 위즈 원정을 떠나 최상위를 향해 나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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