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할 것만 같은 가족 틈을 비집는 균열…'백년해로외전'

[신간]
백년해로외전
둘도 없는 사이
휴양림 49일

문학동네 제공

박민정 작가가 '미스 플라이트'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은 초임 대학 교수인 '나'가 학교에서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는 와중에 뜻밖에 잊고 지냈던 친척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회와 역사, 문학과 연관된 첨예한 문제로까지 나아가는 '가족-역사' 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저자의 소설은 혈연으로 얽힌 다양한 가족 관계와 서사가 등장하며 끊임 없이 균열을 일으킨다. 밖으로는 사회의 계층적, 젠더 불평등 문제가 지나가고 보호처가 돼야 할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가부장제와 다문화 가정, 해외 입양, 소모되고 버려지는 여자의 존재 등 사회 문제가 가족에게 파고들며 그 견고할 것만 같은 백년해로의 미세한 틈에 균열을 낸다.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문제 의식을 던졌던 저자가 평화롭게 함께 살며 나이들어가는 '백년해로'라는 환상의 뒤편을 조명한다.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316쪽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20세기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이자 사회 운동가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미발표 유작 '둘도 없는 사이'가 출간됐다.

그의 대표작 '제2의 성', 프랑스 최고문학상인 콩쿠르상 수상작 '레 망다랭'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유작 '둘도 없는 사이'는 그녀의 입양 딸에 의해 2020년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사랑과 우정 사이를 출렁이는 감정의 모험을 다룬 자전 소설이다.

그녀가 소르본 대학 재학 시절 만난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라트르와 계약 결혼 관계를 맺고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연인이자 지적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 그를 만나기 전 그녀에게 둘도 없는 영혼의 단짝 엘리자베스 라쿠앵(일명 자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자전 소설은 입양 딸이 서문에 "열 살짜리 작은 여자아이가 처음 경험하는 사랑의 모험"이라고 밝혔듯이 익살스럽고 재기발랄한 자자가 스물한 살 이른 나이에 갑작스런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영혼의 단짝이었던 그녀와의 사랑에 가까운 우정을 그린 이야기다.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 백수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44쪽


북갤러리 제공
소설 '휴양림 49일'은 약 50일 동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 세상의 빌런들을 단죄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의 '대리만족 소설'에 가깝다.

소설의 시작과 끝은 오두막, 즉 '휴양림'이다. '49일'은 49재를 암시한다. 살아 생전 업적에 따라 저승과 극락의 갈림길에 서는 망자를 위해 가족들이 지옥도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7일마다 7번씩 지내는 재(齋)를 말한다. 그 마지막 날이 49재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 필리핀 거점 취업사기단, 동물을 학대하는 사회 부적응자 청년, 정적 몰이에만 혈안이 돼 법 위에 군림하는 못된 정치인, 경비원을 폭행하는 갑질 주민, 사기꾼, 비리 변호사 등 우리 현실 주변에 암약하는 '악인'들을 주인공이 나서 처단하기 시작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일자리를 잃거나 가정이 파탄 난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법망을 피해 돈과 권력으로 갑질하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분노가 녹아들어 있다.

조정희 지음 | 북갤러리 |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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