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이문열, 양귀자, 한강 등의 수상자를 낳으며 국내 최고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이상문학상 주관사가 다산북스를 운영하는 다산콘텐츠그룹으로 바뀐다.
이상문학상 주관사인 출판사 문학사상은 11일 공지를 통해 2025년 제48회부터 이상문학상의 주관사가 다산콘텐츠그룹으로 변경된다고 밝혔다.
문학사상과 다산콘텐츠그룹은 10일 경기도 파주시의 다산콘텐츠그룹 사옥에서 '이상문학상 출판 사업 양도 양수 협약식'을 진행했다. 1977년 작가 이상(李箱·1910~1937)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며 문학사상이 이 상을 제정한 이후 47년 만이다.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이 새 주관사인 다산 콘텐츠그룹을 통해 더욱 새롭고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해가리라 믿는다"면서 "제1회부터 47회까지 기존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발행·판매는 계속 맡아서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산북스는 "한국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이상문학상의 명맥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유지하는 데 힘쓰겠다"며 "이상문학상이 새 옷을 입더라도 작가들에게는 존경 어린 지지를, 독자들에게는 유수의 걸작을 건네는 문학상의 본질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은 해마다 펴내는 수상작품집이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1977년 첫 대상수상작인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을 시작으로 박완서 '엄마의 말뚝'(제5회), 최인호 '깊고 푸른 밤'(제6회),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제11회), 양귀자 '숨은 꽃'(제16회), 신경숙 '부석사'(제25회) 등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작들을 배출했다.
제12회 수상자인 한승원 작가(해변의 길손)는 제29회 대상작(한강)을 낸 한강의 아버지로 부녀가 나란히 국내 최고 권위 문학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한강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한국 소설 최초, 아시아 문학 최초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제13회 수상자인 김채원(겨울의 환幻)과 제21회 수상자 김지원(사랑의 예감)은 자매가 나란히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시인 김동환과 소설가 최정희의 딸이다.
2020년에는 수상 작가와 출판계약서의 '저작권 양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수상 작품의 저작권을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한다는 조항이 발단이 됐다. 우수상을 수상한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다른 문학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소 조항"이라며 잇따라 수상을 거부해 논란이 커진데다 2019년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가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절필을 선언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문학사상사는 이후 독소 조항을 일부 수정하고 상금 규모도 키우는 등 2021년부터 다시 수상작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논란으로 문학상 권위 추락과 경영 악화까지 겹치면서 문학사상은 이상문학상의 매각을 추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