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가 5일 만에 1위를 탈환했다. 기록의 사나이 최형우(41)의 통산 최다 루타 신기록과 대투수 양현종(36)의 불굴의 역투로 화끈한 승리를 거두며 1위 재도약을 자축했다.
KIA는 12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와 원정에서 13 대 7로 이겼다. 4회까지 5점 차 열세를 뒤집은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전날 연장 끝내기 패배를 설욕한 KIA는 38승 27패 1무로 LG(38승 28패 2무)를 0.5경기 차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LG는 이날 삼성과 대구 원정에서 4 대 5, 역전패를 당해 3연패에 빠졌다.
이날 승리 주역은 단연 4번 타자 최형우였다. 6회 결승 적시타와 7회 쐐기 3점 홈런 등 무려 6타점을 쓸어 담으며 3안타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특히 최형우는 6루타를 추가해 통산 4083루타로 '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의 4077루타를 넘어 통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양현종의 투혼도 빛났다. 이날 양현종은 3회 4실점 등 8안타를 맞고 5점을 내줬지만 삼진 6개를 잡아내며 5⅔이닝을 버텼다. 그 사이 타선이 역전에 성공하며 양현종은 시즌 5승째(3패)를 따냈다. 특히 양현종은 6회 2사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3루 쪽 KIA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 응원을 유도하는 등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최형우보다 20살이나 어린 내야수 김도영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김도영은 3번 타자로 나와 2루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 1득점의 맹타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승부처에서 안타들이라 더 값졌다. 김도영은 4 대 5로 추격한 6회 2사 1, 3루에서 상대 필승조 노경은을 좌전 적시타로 두들기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최형우의 좌전 역전 결승 적시타의 징검다리가 됐다.
7회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7 대 5로 다소 불안하게 앞선 2사 만루에서 김도영은 바뀐 투수 박민호로부터 우중월 2루타를 뽑아냈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인 뒤 김도영은 화끈한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어 최형우의 3점 홈런이 터지면서 KIA는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김도영은 이날 맹활약으로 전날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11일에도 김도영은 2회초 1타점 3루타를 때려내며 초반 4 대 0 리드를 이끌었다. 그러나 김도영이 3루 베이스까지 밟은 뒤 세리머니를 하던 중 오른발이 살짝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SSG 3루수 최정이 공을 쥔 글러브를 김도영의 왼 허벅지에 대고 있었던 터라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이 됐다.
KIA로서는 입맛을 다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도영이 살았다면 1사 3루라 추가 득점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 대량 득점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터였다. 그러나 이날 승부가 1점 차로 갈렸던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아쉬운 장면이었다.
여기에 김도영은 연장 10회말 무사에서 나온 송구 실책이 끝내기 패배의 빌미가 됐다. 물론 상대 오태곤의 강타가 투수 김도현을 맞고 3루수 김도영에게 튄 돌발 상황이 발생하긴 했다. 김도영이 급하게 맨손으로 잡아 송구했지만 빠지면서 오태곤이 2루까지 달렸다.
결국 박지환의 적시타로 오태곤이 끝내기 득점을 기록했다. 김도영은 이날 1안타에 볼넷 3개를 골라내며 1타점 1득점으로 나름 활약했지만 아쉬운 주루사와 수비로 웃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도영은 다음날 곧바로 속죄의 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KIA는 이날 승리로 1위 탈환에 성공했다.
김도영은 올해 4월 최우수 선수에 오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4월까지 31경기 타율 3할3푼8리 44안타 26타점 29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KBO 리그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14개)의 역사를 썼다. 5월에도 23경기 타율 3할2푼6리로 나쁘지 않았지만 3홈런 4도루 11타점 19득점으로 살짝 주춤했다.
하지만 6월 10경기 만에 3홈런 4도루에 타율 4할2푼5리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호랑이 군단의 차세대 리더 김도영이 아픔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