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두산-한화의 시즌 9차전이 열린 13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한화 김경문 감독은 오랜만에 현장에서 해후한 기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NC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6년 만에 한화 지휘봉을 잡고 KBO 리그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김 감독은 "왜 머리 염색을 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감독은 "굳이 염색을 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다"며 웃었다. 2004년부터 두산을 시작으로 20년째 감독 생활을 해온 베테랑 사령탑의 연륜이 묻어나는 대목.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김 감독은 믿음과 뚝심을 내세운 특유의 선이 굵은 야구관에 변화를 준 모습이다.
전날 경기가 그랬다. 한화는 3 대 3으로 맞선 9회초 1사 1, 3루에서 과감한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뽑았다. 문현빈이 3루 선상으로 타구를 보내며 상대 허를 찌르는 절묘한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결국 한화가 4 대 3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에 두산 이승엽 감독도 혀를 내둘렀다. 13일 경기 전 이 감독은 전날 스퀴즈 번트 실점에 대해 "사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많이 해왔다"면서 "그런데 어제는 김 감독님의 성향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이기에 더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이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 대표팀 4번 타자로 나섰다. 당시 이 감독이 1할대 타율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김 감독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마침내 이 감독이 일본과 4강전에서 결승 2점 홈런, 쿠바와 결승전에서 결승 1점 홈런을 날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전날 작전에 대해 김 감독은 "사실 이전까지는 스퀴즈 번트 작전을 거의 손에 꼽을 만큼 잘 쓰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한화 팬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적 부진으로 최원호 감독이 사퇴하고 뒤를 이은 만큼 승리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감독은 "문현빈의 첫 스윙을 보니 작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김 감독은 "한화 팬들이 응원하시는 모습을 보면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빅볼을 중시하던 기존 야구관을 바꿔서라도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다.
현재 판도에 대해 김 감독은 "롯데도 최근 잘 하고 있는데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다"면서 "복귀 첫 경기에서 운 좋게 이겼지만 승률 5할에 -8경기를 만회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이길 경기는 확실하게 이겨 5할 승률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KBO 리그 통산 900승을 돌파한 명장 김경문 감독. 과연 적극적인 변화의 자세로 한화의 가을 야구를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