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인정한 물건' 19살 신인, 정식 마무리 첫날부터 입증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주전 마무리 투수 김택연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에서 역투하는 김택연. 두산 베어스

곰 군단의 새로운 마무리로 낙점된 19살 신인이 첫날부터 듬직한 모습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보통 투수가 아니다"고 찬탄한 '국민 타자' 이승엽 감독의 기대감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우완 김택연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와 홈 경기에 9회초 2사 1루에 등판해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9 대 6으로 추격을 당한 가운데 김태연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최근 3연패에서 탈출했다. 삼성에 승차 없는 4위를 유지했는데 이날 나란히 패한 1위 KIA에 1경기, 2위 LG에 0.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취재진에게 마무리 교체를 알렸다. 전날 패전을 비롯해 6월 블론 세이브 3개로 좋지 않은 홍건희 대신 시즌 전부터 눈여겨본 김택연에게 중책을 맡겼다. 홍건희를 배려하고 김택연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 감독은 직접 만나 교체 결정을 설명해줬다.

특히 이 감독은 "김택연이 마운드에 올라가면 두산이 승리한다는 마음을 가져달라"는 말로 신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실제로 이 감독은 취재진에게 "지금 불펜에서 상대에 가장 압박감을 줄 수 있는 투수"라면서 "주자가 있을 때 더 집중해서 던지고,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보통 투수는 아닌 것 같다"며 김택연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당초 이날 경기에서 김택연은 쉬어가는 듯했다. 두산이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해 8회까지 9 대 3으로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9회초 불펜 난조로 3점을 한화에 내줘 3점 차까지 쫓기면서 공교롭게도 김택연이 정식 소방수 낙점 첫날부터 등판하게 됐다.

과연 김택연은 이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김태연에게 초구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주무기인 묵직한 직구 2개로 1볼-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었다. 전광판에 시속 151km가 찍혔다. 그러더니 다시 슬라이더로 김태연의 타이밍을 뺏어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 경기를 매조졌다.

시즌 3세이브를 달성했다. 그러나 앞서 2세이브는 임시 마무리로 나서 따냈던 터였다. 김택연이 정식 마무리로 나서 거둔 첫 세이브라 의미가 달랐고, 선배 내야수 강승호가 기념구를 챙겨줬다.

김택연이 13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정식 마무리 발령 이후 첫 세이브를 따낸 뒤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


경기 후 김택연은 "마무리를 맡아서 책임감도 느꼈지만 원래 대로 7, 8회처럼 던지려고 마음을 먹었다"면서 "9회에 나가는 투수라고 생각하면서도 뒤에 투수가 없다는 책임감을 가지려고 했다"고 등판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진짜 마무리 투수로 올라간 거라 조금 다른 점도 있었다"면서 "다만 마음가짐은 똑같이 던진 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의 말처럼 배짱이 두둑하다. 김택연은 "3점 차라 큰 걸 맞아도 1점이 남고, 투아웃이라 과감하게 던지자고 생각한 게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기 곰에 대한 야구 선배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김택연은 이 감독의 신뢰에 대해 "그만큼 저를 믿고 맡겨주신 거라 책임감을 가지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면서 "홍건희 형도 "미안해 하지 말고, 자신 있게 하되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라"고 해주셨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무리 보직에 대해 김택연은 "팀이 3시간 이기고 있다가 (마무리 투수 때문에) 1분 만에 질 수도 있다"면서 "나 때문에 지는 날도 있겠지만, 힘든 날이 오는 순간 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두산은 물론 한국 야구 전체를 책임질 대형 마무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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