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기다린 양현종과 류현진의 빅 매치 '불발'

왼쪽부터 KIA 양현종, 한화 류현진. 연합뉴스

이번 주 초반 프로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결이 있었다. 바로 오는 23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릴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다.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명백했다. 두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KIA에서는 '대투수' 양현종(36)이, 한화에서는 '괴물' 류현진(37)이 이날 선발 마운드에 오를 차례였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좌완 투수들의 맞대결. 팬들을 설레게 할 수밖에 없는 빅 매치였다. 일부 팬들은 23일 광주에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되지는 않을지를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수는 날씨가 아니었다. 양현종의 몸 상태였다.

양현종은 지난 18일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양현종은 5이닝 동안 73구를 던지며 7피안타 2탈삼진 3실점의 기록을 남기고 승리 투수가 됐다.

투구 수도 많지 않았고, 경기 내용도 좋았지만 6회부터는 불펜 투수 이도현에 마운드를 넘겼다. 양현종이 왼쪽 팔꿈치 저림 증세를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19일 병원 정밀 검진 결과,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단순 피로 누적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KIA 이범호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양현종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한 것이다. 자연스레 양현종의 다음 선발 등판을 미뤄졌고, 류현진과 맞대결 역시 불발됐다.

부상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양현종과 류현진의 선발 맞대결이 역사상 딱 1번, 그것도 17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두 투수는 2007년 4월 29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류현진은 2006년 신인상, 리그 최우수 선수(MVP)를 차지하며 이미 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였고, 양현종은 프로 첫해 신인 선수였다.

결과도 큰 반전은 없었다. 류현진은 당시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8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반면 양현종은 1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연합뉴스

이후 두 투수의 승부는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양현종도 23일 한화전에 반드시 등판하고 싶다는 의사를 계속해서 드러냈다. 중간 투수들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는 출사표까지 던질 정도로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양현종과 류현진의 맞대결 불발은 팬들의 입장에서도 아쉽다. 23일 광주 경기는 벌써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로 팬들이 고대하던 매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현종의 컨디션 문제로 두 투수의 만남은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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