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순수 청년, 겨우 브로맨스 꽃피웠는데…작별의 순간 임박

SSG 일본인 투수 시리카와(왼쪽)와 좌완 한두솔. 노컷뉴스

프로야구 SSG 일본인 우완 시리카와 게이쇼(23)는 임시 대체 외인으로 왔지만 훌륭한 임무 수행과 순수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겨우 KBO 리그 등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는가 싶었는데 작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라카와는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원정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났다. 시라카와는 올 시즌 3경기 선발 등판해 2승 1패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부상을 당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대체 외인으로 입단해 의외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라카와는 일본 독립 리그 출신으로 KBO 리그 최초로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화제를 모았다. 기존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하면 교체 소진 없이 대체할 수 있는 제도다.

180만 엔(1572만 원)에 계약한 시라카와는 벌써 몸값을 해내고도 남았다는 평가다. 지난 1일 키움과 데뷔전에서 5이닝 6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냈고, 13일 KIA와 경기에서도 5이닝 5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7일 롯데에는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8실점(7자책)하면서 평균자책점이 6점대로 껑충 뛰었지만 대체 외인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여기에 순박한 외모로 SSG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감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시라카와는 "일본에서는 감자가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 한국에서는 귀엽다는 뜻이라고 들었다"면서 "시골 청년답다고도 하는데 시골 출신이라 그런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KBO 리그에서 배운 점도 많다. 시라카와는 "기술보다는 멘털적인 면을 바로 잡으려 했다"면서 "특히 주장 추신수 선수가 '네가 해 온 것들이 맞으니 자신 있게 하라'고 조언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그때부터 모자에 '믿을 신'자를 적고 마음을 되새긴다"고 강조했다. SSG 관계자는 "시라카와가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김광현이 부산 원정 때 거금을 들여 사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SSG 일본인 투수 시리카와. SSG 랜더스

특히 한국어가 서툰 시라카와를 좌완 한두솔(27)이 보살펴주고 있다. 한두솔은 일본 오사카 소재 대학에 진학해 사회인 리그에서 뛰어 일본어가 능통하다. 한두솔은 "시라카와를 보면 운동과 공부, 아르바이트까지 힘들었던 일본 시절이 떠오른다"면서 "그래서 많이 도와주려 한다. 앞으로 밥을 한 번이라도 더 같이 먹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시라카와도 한두솔을 믿고 따른다. 한두솔은 "이달 초 시라카와와 번화가인 홍대 앞으로 함께 갔다"면서 "마침 생일을 앞두고 있어 스포츠 티셔츠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라카와도 "한두솔 형과 함께면 한국의 어디를 가도 좋다"면서 "많이 챙겨준다"고 화답하며 웃었다.

하지만 둘의 브로맨스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라카와는 7월 엘리아스가 복귀하면 자리를 잃는다. 이에 시라카와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그래도 있는 동안 팀이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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