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1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15분 강상윤 대신 교체 투입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 2021년 중국 슈퍼리그 진출 후 3년 만에 K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비록 팀은 0대3으로 패했으나, 손준호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최근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된 뒤 형사 구류(임시 구속)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아왔다.
당시 손준호에게 적용된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단체에 속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위해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를 말한다.
이후 손준호는 약 10개월 동안 조사 끝에 석방돼 지난 3월 귀국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수원FC에 새 둥지를 트며 K리그로 돌아왔다.
이날 K리그 복귀전을 치른 손준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럽고, 다시 그라운드에서 뛰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견디면서 노력한 것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실패가 아닌 시련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축구 팬, 국민 여러분이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경기장에서 그 응원에 보답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는 "약 13개월 만에 축구장에 나왔다. 몸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경기를 뛰면서 체력을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이날 손준호의 활약에 대해 "오늘은 30분을 뛰었지만 무리가 없었다. (손)준호가 들어와서 연결 고리 역할을 잘해줬다"면서 "계속 경기 시간을 늘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손준호는 "7월이 지나면 기량이 80~90% 정도는 돌아올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보답하기 위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복귀에 대해서는 "사실 거기까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일단 사소한 것부터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라면서 "다시 경기장을 밟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차근차근 좋은 모습을 보이면 태극마크라는 보상이 따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팀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25일에는 처음으로 홈 팬들과 만난다. 수원FC는 광주FC와 19라운드 홈 경기에 나선다. 손준호는 "첫 경기부터 많이 반겨주시고 따뜻하게 환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면서 "비록 졌지만 홈 경기에서는 꼭 승리해서 웃으며 인사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손준호는 "원래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그 일상이 다시 돌아올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결국 다시 돌아왔고, 꿈을 이룬 오늘은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이어 "예전의 모습을 빨리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그리고 팀이 더 높은 위치에 갈 수 있도록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너무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가족들의 말이 가장에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손준호는 "와이프가 다시 축구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라 했는데,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