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예비 신부의 투혼' 韓 정구 맏언니, 日 무명에 패배 직전에서 기사회생

한국 여자 소프트테니스 맏언니 송지연.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 여자 대표팀 맏언니의 자존심을 지켰다. 송지연(30·문경시청)이 선수 생활의 화려한 마무리를 위한 첫 단추를 산뜻하게 뀄다.

송지연은 23일 인천 열우물테니스장에서 열린 '2024 NH농협은행 인천코리아컵 국제소프트테니스대회' 여자 단체전 일본과 결승에서 대표팀의 정상 등극에 힘을 보탰다. 2단식을 접전 끝에 따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5년 만의 코리아컵 여자 단체전 우승이다. 한국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4강전에서 일본에 당한 패배를 설욕했다.

대표팀은 1복식에서 문혜경(27)과 임진아(22·이상 NH농협은행)가 마에다 리오-구보 하루카를 누르며 기선을 제압했다. 2단식에서 송지연이 나카타니 사쿠라를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송지연은 2019년 타이저우세계선수권 준우승 등 단식 간판으로 활약해왔고, 나카타니는 단식 전문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송지연은 상대 서비스 게임을 쉽게 따내며 낙승을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송지연은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놓치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특히 송지연은 자신의 장기인 커트 서브가 잇따라 더블 폴트가 되면서 흔들렸다. 나카타니는 수 차례 드롭샷으로 송지연을 괴롭혔다.

하지만 송지연의 승부처 집중력이 더 강했다. 파이널 게임 타이 브레이크에서 송지연은 4 대 1로 앞서다가 5 대 6으로 오히려 매치 포인트를 허용했다. 그러나 매서운 뒷심으로 상대 실수를 유도하며 극적인 7 대 5 역전승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후 송지연은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지만 상대가 잃은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덤비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고 멋쩍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래도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태 기쁘다"고 밝게 웃었다.

2019년 타이저우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송지연. 협회


송지연은 올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다. 연말 인생의 반쪽을 만나 가정도 이룰 예정이다. 이에 송지연은 "어떻게 (결혼 소식을) 알고 있느냐"며 짐짓 놀라면서도 "마지막인 만큼 오는 9월 경기도 안성세계선수권대회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에 이어 개인 복식(문혜경-임진아)까지 이번 대회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곽필근 대표팀 감독(안성시청)은 "무더위에 힘들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줘서 좋은 결과를 냈다"면서 "남자 대표팀 김백수 감독(순천시청)께서 배려해주셔서 효과적으로 합동 훈련을 한 보람이 있었다"고 총평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에 나설 A, B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일본이 세대 교체를 진행 중인데 남은 기간 조합을 잘 짜서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정인선 회장은 "여자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냈다"면서 "남자팀은 아쉽지만 일본이 3관왕을 배출하는 등 워낙 강했다"고 총평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좋은 모의고사가 됐을 것"이라면서 "안방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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