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면 쏜다"
누구나 한 번쯤 슈팅 게임은 해보셨을 텐데요. 세상엔 정말 다양한 슈팅 게임이 있죠. 게임을 하다 보면, FPS(First-person shooter) 장르를 접해보신 분들도 있으실 테고, 또 TPS(Third-person shooter) 장르로 구분된 게임을 즐기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같은 게임 아니냐는 의견도 분분하지만, 엄연히 '아' 다르고 '어' 다르듯, 두 게임은 비슷한 듯 다릅니다.
다들 문학 좋아하시나요? 우리가 어릴 적 학교를 다니면서 들어본 문학 용어 중에 전지적 작가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이렇게 시점에 관한 용어를 많이 들어보셨죠. 바로 FPS와 TPS의 차이도 이렇게 '시점'에 있답니다. FPS를 풀면 'First-person shooter'로 번역하면 '1인칭 슈팅 게임'이죠.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게임 속 슈팅을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게임을 하면 FPS 게임이고요. 제3자 시점에서 게임을 하게 될 때는 TPS인 셈이죠.
'둠' "이건 대박이야"…FPS 문법 만들다
보통의 1인칭 시점의 FPS 게임을 할 때면 사용할 무기가 마치 제 앞에 놓여있는 듯한 구도를 갖춥니다. 1993년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둠(DOOM)'이 바로 FPS 장르의 형태를 본격적으로 갖추고,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1세대라고 하기엔 메이즈워(Maze War)와 스파시즘(Spasim)이 최초의 FPS라고 지칭되고요. '둠' 이전에 같은 회사에서 출시한 울펜슈타인 3D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보기에 현재의 FPS와 가장 비슷한 형태는 '둠'이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스토리는 간략합니다. 화성으로 좌천을 당한 우주 해병 둠가이(Doom Guy)는 우주 비밀 관문을 만드는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됩니다. 어느 날 공간 이동 실험이 잘못돼 열린 포털에서 악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죠. 둠가이는 뭘 해야 할까요?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기지를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FPS 게임에서 무기를 바꿔 사용하며 적들을 물리치는 것과 같이, 전기톱, 샷건과 로켓 런처 등을 이용해 악마를 무찌르고 탈출해야 합니다.
여담으로 당시 1993년 12월 10일 게임에 호의적이었던 위스콘신 대학 전산망을 통해 둠이 배포됐는데, 말 그대로 엄청난 인기에 서버가 '터졌다'고 합니다. 이후로도 둠의 인기는 폭발해, 심지어 둠에 빠져서 학기를 망치는 대학생들도 있었고, 연구소에서도 연구 대신 둠을 하는 바람에 둠 파일을 찾아 삭제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도 했답니다.
FPS에서 TPS까지…한국 '슈팅 게임'은?
2000년대 들어서도 FPS의 인기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FPS의 열기를 퍼뜨린 미국은 물론 유럽,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인기 있는 게임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꾸준히 유저들의 사랑을 받은 '콜 오브 듀티'와 '배틀필드' 시리즈가 있습니다. 초기 FPS 게임들은 주로 전쟁 배경에, 군인 모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가 권역별로 디테일한 부분의 차이가 있는 점도 재미 요소 중 하나랍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FPS로 성공을 거둔 게임이라면 2002년 드래곤플라이에서 출시한 한국 최초 FPS 게임 '카르마 온라인'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달아 '스페셜포스(2004)', '서든어택(2005)'이 큰 성공을 거뒀어요. 한국에도 FPS 게임이 안착한 거죠. 심지어 '서든어택'은 10년째 아직까지도 PC방에서도 인기 게임 순위권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TPS 얘기도 빠질 수 없겠죠. TPS는 제3자 시점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볼 수 있어요. 넓은 시야를 확보해 공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2017년 크래프톤에서 출시된 '배틀그라운드'가 있습니다. 물론 공격 모드에 따라 '배틀그라운드'는 TPS와 FPS를 넘나들지만요. 2006년 초기 Xbox 360 전용으로 출시된 '기어스 오브 워'도 TPS 장르의 게임입니다.
FPS·TPS 장르의 다변화…어디까지 갈까
지난 2일 출시한 '루트슈터' 장르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도 FPS를 변주한 게임입니다. 루트슈터는 아이템을 수집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 요소에 FPS의 슈팅이 가미된 장르인데요. 한국에서 FPS와 TPS가 워낙 인기를 끌고, 그만큼 해당 장르의 소위 '고인물(기존 이용자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게임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게임사들은 고민을 시작한 겁니다. 슈팅 게임의 스릴감은 살리면서 다양한 게임 방식은 없을까.
지난 2015년에 공개된 미국 블리자드사의 '오버워치'도 변주된 FPS에 해당됩니다. 오버워치는 '팀 기반 멀티플레이 하이퍼 FPS'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소개되는데요. 쉽게 말해 FPS 장르로 팀 기반에서 각자의 역할이 부여되는 게임이라는 겁니다. 지난 2022년 업그레이드된 '오버워치2'는 플레이어 수 1억 명에 달하는 대기록을 세울 정도로 전 세계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FPS와 TPS 사이의 벽이 무너지고, 다양한 변주 FPS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FPS 게임들이 쏟아지던 1990년대부터 자극적인 전투 장면과 묘사로 심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FPS 게임들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연 게임사들이 또 다른 FPS 장르를 개척해 새 판도를 열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