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의 통치 이념과 국민의 기본권을 담은 규범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접속하면 누구나 헌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법 전문가나 역사학자가 아니라면 341자로 이루어진 헌법 전문과 130개의 조문, 부칙 행간에 담긴 의미나 헌법 제정의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검사 출신 헌법 전문가인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쓴 '일생에 한 번은 헌법을 읽어라'는 법학도나 전문가를 위한 기존의 무수한 헌법 연구 서적이나 헌재 판례 분석과 달리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로 헌법 각 조항의 의미와 배경을 풀어내며 독자를 헌법과 친밀하게 만든다. 저자가 제시하는 일상 속 각 조항의 의미와 방향을 곱씹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최소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헌법을 법치나 규범에 국한해 해석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일상에 적용해 가치 판단과 방향 설정의 지표로 삼자는 취지다.
저자는 서문에서 "무화(無化)된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듯이, 헌법을 통해 나와 국가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권력에 쪼그라들고, 주어진 책임에 스스로가 잠식당해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낄지라도, 바닥을 쳐야 다시 시작할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다시 세워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가장 가치를 두는 조항은 제10조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시작되는 이 조항은 헌법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 조항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행복할 권리'가 아닌 '행복을 추구할 권리'라고 서술돼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국가가 행복의 내용을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보장하다가는 오히려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헌법이 개정과 부칙을 통해 역사적 현재를 바꾸며 새로운 과거를 창조해야 하듯이, 우리도 어제와 똑같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가장 나 답게' 만드는 내일을 만들어가자고 말한다.
"국가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내가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나의 삶에 국가가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국가와 불가분의 상관관계에서 살아갑니다. 즉, 우리나라는 나의 거울인 셈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실존의 시작이듯 '대한민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속한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자 나의 실존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효원 지음 | 현대지성 |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