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외교' 효과? EU 中전기차 관세폭탄 재검토 가능성↑

연합뉴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위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투표가 임박한 가운데 EU 측이 고율관세 대신 판매가격 하한을 설정하겠다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제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그동안 고율관세 부과에 찬성했던 국가들이 잇따라 입장을 바꾸면서 고율관세 부과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EU 측도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中 '판매가 하한' 제안 거절한 EU, 일주일 만에 '재검토'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회동 뒤 "(중국 측의) '가격 약속'을 새롭게 검토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올로프 질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양측은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며 집행 및 모니터링할 수 있고, 세계무역기구(WTO)를 준수하는 상호 동의 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제안한 '가격 약속'은 보조금 등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판매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하 가격으로 차량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지난 12일에는 "요건을 충족하는 제안이 아니다"라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이같은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양측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재검토로 입장을 바꿨다.

EU 집행위의 입장 변화는 그동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 찬성 입장을 밝혔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EU 회원국 일부가 고율관세 부과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독일 이어 中 다녀간 스페인.이탈리아도 '반대' 돌아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 "사실 우리는 이 결정을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EU 모든 회원국뿐만 아니라 EU 집행위원회도 다시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지난 16일 "EU 집행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및 EU 법규에 따라 이 사안을 처리해, 이 사안 때문에 중국-EU 경제·무역 협력이 방해받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고율관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총리는 모두 최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EU의 고율관세 부과를 비판하는 동시에 각국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것이 이들 국가의 입장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고율관세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탈리아는) 중국 자동차 기업이 이탈리아 투자를 선택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는 등 중국의 투자가 입장 변화의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다 기존에도 고율관세 부과가 내심 불편했던 독일도 최근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19일 "중국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양측 모두에 피해를 주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통상분쟁을 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업체 상당수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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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반대시 관세폭탄 부결 가능성에 EU도 입장 변화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중국산 전기차(테슬라 제외)에 부과하는 상계관세율을 17.0~36.3%p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계관세는 기존 관세(10%)에 추가로 부과된다.

상계관세율 부과는 10월 30일 전까지 27개 EU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EU 전체 인구의 65%를 대표하는 최소 15개국의 동의를 얻을 경우 상계관세는 오는 11월부터 5년간 부과된다.

지난 7월부터 부과하기로했다 취소된 잠정 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에서는 EU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는데, 그 가운데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두 국가가 공개적으로 관세부과에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이르면 오는 25일 치러질 수도 있는 투표에서 상계관세율 최종안이 부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U 전체 인구 4억 5천만명 가운데 스페인과 이탈리아, 독일 인구만 1억 9천만명에 달한다. 즉, 전체 인구의 42%에 달해 이들 국가가 투표에서 실제로 반대, 혹은 기권표를 던지면 상계관세율 최종안의 통과가 힘든 상황이다.

결국 투표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가 좌절돼 체면을 구길 것을 우려한 EU 집행위가 중국 측이 제시한 판매가격 하한 제안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양측이 정치적 해법 마련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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