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제, OTT '전,란'에 웃고 故 이선균에 울며 출항[29th BIFF]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개막작 '전, 란'의 감독 및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29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며 출항했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 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월드 프리미어 8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편을 포함해 63개국에서 온 224편의 영화와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5편 등 지난해(209편)보다 약 8% 늘어난 279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OTT·청불 영화 최초 부국제 개막작 '전, 란'

 
특히 올해는 영화제 역사상 최초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이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작품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을 개막작으로 선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시나리오에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출자인 김상만 감독은 "조선시대 계급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지만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전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영화의 메시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배우 강동원과 박정민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무대에서 강동원과 차승원 사이에 선 박정민은 "이 자리가 굉장히 불공평하다고 계속 생각한다. 왠지 모르겠지만, 옳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 연기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인 거 같다"라고 말해 개막식에 큰 웃음을 안겼다.
 
앞서 '전, 란'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며 강동원이 노비를, 박정민이 양반 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 이에 관해 박정민은 "항간에 영화에서 제가 양반이라고 소개를 하면 '왜?'라고 하는 분이 계신다.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하고 싶다. 제가 양반이고 강동원 선배님이 저의 종"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계로 뻗어 나간 류성희 미술감독, 故 이선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이번 개막식에서는 한국 영화계와 일본 영화계에서 활약하며 전 세계에 아시아 영화의 저력을 알린 영화인들에 대한 시상이 이어졌다.
 
먼저 BIFF와 샤넬은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고 그들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 까멜리아상을 신설했다. 첫 수상자로 한국의 류성희 미술감독이 선정됐다.
 
'살인의 추억'(2003) '올드보이'(2003) '괴물'(2006) '박쥐'(2009) '고지전'(2011) '국제시장'(2014) '암살'(2015) '헤어질 결심'(2022)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독보적인 창작활동을 펼쳐 온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감독이다. 특히 박찬욱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아가씨'(2016)로 2016 칸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 한국 영화미술의 세계적인 수준을 몸소 증명해 냈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때는 여성 미술감독이 많지 않았고 창조적인 장르 영화 만들 때는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됐다"라며 "처음에 포트폴리오를 들고 수없이 많은 제작사를 찾아다녔는데, 멜로나 로맨스가 아니면 고용되기 어렵다고 거절당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인식과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처음 영화계에 발을 들인 때를 떠올렸다.
 
그는 "여성이 만든 장르 영화도 독창적이고 강렬할 수 있으면서 거칠고 공포스럽고 고립되고 결국 인간사 모든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로서의 표현력을 가질 수 있고 거기에 섬세함까지 더할 수 있다는 걸 수없이 되뇌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견을 걷어내고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앞에 펼쳐질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수없이 많은 재능 있는 여성 영화인들과 수상의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다"라고 전했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한국 영화공로상을 받는 배우 고(故) 이선균의 추모 영상이 스크린에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적인 성장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한국영화공로상은 고(故) 이선균에게 돌아갔다. 이날 이선균이 출연한 작품들의 영상이 상영되자 객석에 앉은 수많은 영화인은 눈물을 훔쳤다.
 
사회자인 박보영은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인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셨기를 바란다"라며 고인을 기렸다. 공로상은 추후 유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의 영광은 '큐어' '회로' '절규' '스파이의 아내' 등을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 돌아갔다.
 
봉준호 감독은 영상을 통해 "매번 충격과 영감을 주셨던 감독님께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 말씀드린다"라고 했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학생 시절부터 감독님께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지금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감독님 덕분이다. 정말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감독의 수상을 축하했다.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내가 영화를 찍기 시작한 지 벌써 40년이 되었지만, 처음 부국제에 참가한 것은 20년 전이니 내 영화 인생의 반을 부국제가 지켜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올해 두 편의 영화를 완성했는데, 모두 이번 부국제에서 상영하게 됐다. 부국제 관객들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가장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 수준 높은 관객들께 저의 최신작 두 편을 선보이기 위하여 부산에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부터 나의 작품들 계속 봐주시는 분들도 이번에 처음 보시게 될 분들도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제29회 BIFF는 오는 11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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