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의 4대 개혁 추진이 곧 민생"이라며 "남은 두 달, 정부는 무엇보다 4대 개혁과제 추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비장한 어조로 강조했다. "공직자 여러분의 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4대 개혁의 시급성을 언급한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공감하고 울림이 되어줄 민심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4.10총선 참패 당시 내놓았던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였지만 그때 뿐이었다. 4대 개혁 못지않게 국정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소리는 공기 파장의 이동에 의해 전달된다. 윤 대통령의 4대개혁 추진의지가 공허한 메아리인건 마치 소리를 반향(反響)시키고 전달할 공기와 같은 존재, 즉 민심이 함께 작용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정수행 긍정평가 20%(한국갤럽)가 말해주듯 결과는 민심 이반으로 나타났다. '바뀔 수 있다면 희망이라도 가질텐데…'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늘었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언론은 이게 잘못됐으니 저리로 가야 한다고 제시하는데 바뀌는 게 없다. 고집인가, 맷집인가, 국민들은 난감하다.
돌아보면 고비고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때마다 기대가 꺾였다. 이태원참사 대응에서 현 정부의 미래가 언뜻 보이더니 채상병 사망사건 처리과정에서 상식과 정의가 흔들리는 모습이 구체화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오만함에 대한 경고장을 받았으나 명품백 사건과 총선참패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반성하고 고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명품백.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의 황제 조사에 이어 강혜경,명태균씨 폭로를 통해 드러난 공천개입 의혹과 여론조사 비용 불법조달 의혹, 권력 이면의 실상 등을 보며 국민들은 기대를 아예 접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제2부속실로도, 특별감찰관으로도 요동치는 민심을 되돌릴 수 없을 듯 싶다. 권력 내 치부는 덮으면 덮을수록 국민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기 마련이다. 실제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김건희 리스크는 국정과제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눈덩이처럼 커진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는 현재의 혼란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으로 특검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검 도입의 효용은 '공정성'에 있다. 미국에서 18대 그랜트 대통령 개인비서의 탈세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검사제가 처음 도입됐던 것처럼 성역없는 수사를 위해, 나아가 1년 이상 끌어온 리스크 정국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특검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명품백 수수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물론이고 강혜경.명태균씨 발언에서 비롯된 공천개입, 여론조작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민심은 윤석열정부 검찰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곧 현 정부의 임기 반환점(11월10일)이 도래한다. 남은 기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는 것은 혼자 만의 생각일까? 이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과연 국정을 쥐락펴락했는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뒤엉킨 국정을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에게도 특검이 민심이반을 극복할 리셋(재부팅)'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