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에 '건진법사'가 소환됐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건진법사가 영향력을 끼쳤다는 김 전 의원의 주장이 명씨의 입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건진법사는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전모씨의 법명이다.
"건진법사가 공천 줬다 하더라"
명씨는 지난 8~9일 창원지검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명씨를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녹음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명씨를 비롯해 김영선 전 의원과 이들에게 공천을 요청하며 '뒷돈'을 건넨 혐의로 A·B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윤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은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에서 공개했다.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은 명씨와의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는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명씨는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녹음하고 김 전 의원의 주변에 들려준 사실을 인정하면서 '빚을 갚도록 압박하기 위해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진술은 명씨가 2024년 1월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여사와 대통령 녹음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라고 말한 부분과 궤를 같이한다.
주목할 점은 해당 통화의 앞부분이다. 명씨는 강씨에게 "(김 전 의원이) 6선 갈 때까지 시키면 시킨 대로 하겠다고 나한테 약속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그 알량한 욕심에, 당선되더니 눈이 돌아서 나한테 태클을 건다"고 김 전 의원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건진법사가 공천 줬다 하더라. 나를 쫓아내려고. 나한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건진법사가 공천을 줬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이 명씨가 아닌 건진법사가 공천을 얻어줬기 때문에 명씨에게 갚을 빚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명씨가 반발하는 상황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명씨가 '여사와 대통령의 녹음이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느냐'라고 말한 부분도 검찰에서 김 전 의원 측을 압박하기 위해 윤 대통령의 통화녹음을 활용했다는 취지의 진술과 맞닿아있다.
명씨는 또 강씨와의 다른 통화(2022년 7월)에서 "내가 울었어요. 김건희 앞에 가서. (중략)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 그거 어떻게 들킬까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태균이냐, 건진이냐?…김건희 여사 '교집합'
건진법사의 등장으로 이번 사태에서 김 여사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 모양새다. 건진법사는 2022년 1월 대선 당시 별다른 직함 없이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해 윤 대통령 내외의 무속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윤 후보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해 논란이 컸다.
건진법사와 윤 대통령과의 인연도 김 여사의 소개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진법사는 과거 코바나컨텐츠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김 여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김 전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끼쳤다고 거론되는 인물이 공교롭게도 명씨 혹은 건진법사인 모양새다. 모두 김 여사나 윤 대통령과 한때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명씨와 김 전 의원 그리고 명씨와 금전거래를 했던 고령군수예비후보자 A씨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자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4명에 대해 각 정치자금법 위반(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ㅊ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음)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