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가 난 광주 학동 재개발 붕괴 참사의 항소심 선고가 돌연 내년 2월로 미뤄지면서 일부 피고인이 유리한 판결을 얻기 위해 재판부 변경을 시도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고등법원 형사1부는 당초 21일 참사 책임을 묻는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하려 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이 2주 전쯤 법무법인 2곳에서 법관 출신 전관 등 무려 6명의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고 변론 재개를 요청, 추가 감정을 신청한 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미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음 선고기일은 내년 2월 6일인데 이즈음 법관 정기 인사가 있어 재판부가 변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동 참사가 발생한지 3년 5개월이나 지난 데다 만에 하나 재판부가 변경되면 사건 파악 등을 이유로 변론이 재개되고 그만큼 선고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앞서 2022년 9월 1심 재판부는 하청업체 관계자 등에게는 징역형 등을 선고했지만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봐주기 판결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를 의식한 듯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늦췄지만 변론 재개나 감정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적 관심을 받은 학동 참사를 중요 사건으로 다루면서 심리에 신중을 기하려는 것 같다면서도 불필요하게 재판이 계속 미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0분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내려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돼 승객 17명 중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