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통합징수법안이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으면서 경영 위기를 맞은 KBS에 수신료 통합징수의 길이 열릴 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KBS 수신료 통합징수법안이 2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야당 위원들 주도로 통과했다. 이 같은 방송법 개정안은 수신료를 징수할 때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수신료 고지행위를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률이 제정되면 KBS가 한전과의 협의를 통해 다시 수신료를 통합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KBS 사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내부에서는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복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박민 사장 체제 사측은 이번에도 법안 통과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방관으로 일관했다. 박민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국민의 질책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반성과 혁신을 못한 상황에서 결합징수를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국회에도 같은 내용으로 의견서를 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신료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다양한 공적책무를 이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근간으로 공사 재원의 45%를 차지하는 중요한 재원이다. 그런데도 사측은 수신료 제도를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하기는커녕 공영방송을 망가뜨리려는 정권의 의도에 맞춰 움직였다"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해당 개정안은 과방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비로소 마무리된다. KBS 사측은 개정안 발의 당시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 중이다. 그러나 현재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급격한 재원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겪고 있어 사측의 소극적 태도가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KBS본부의 설문조사 결과, 박민 사장의 가장 큰 부정 평가 이유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 미해결'이 98.1%를 차지했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수용적인 박 사장의 입장 역시 96.5%가 동의하지 않았다. 박 사장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수신료 문제'가 56%를 차지해 과반을 넘겼다.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박장범 KBS 사장 임명자에게도 가장 무거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간 진행된 KBS본부 설문조사에서도 64%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박장범 사장 취임이 수신료 문제해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상태와 '변화 없을 것'이라는 답변도 34% 이상을 기록해 '해결할 것'으로 보는 비율은 2%를 넘기지 못했다.
KBS본부는 "사측과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사측은 지금이라도 그 동안의 방기에 사과하고,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수신료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제대로 담은 의견서를 다시 제출하라"라고 촉구했다.
또 박장범 사장 임명자에게도 "본인이 인사청문회에서 했던 '수신료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발언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통합징수법안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혀라. 공영방송이 존속하기 위해선, 더 나은 방송을 하기 위해선 통합징수가 필수라는 것을 당신이 앞장서 국회를 설득하라. 만약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정권의 눈치만 볼 뿐, KBS 사장 자격이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