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살인' 39년간 돌본 장애 아들 살해한 아버지 징역 3년

류연정 기자

39년간 돌본 장애 아들을 살해한 60대 아버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어재원)는 29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3)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A씨를 법정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남구 주거지에서 1급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 B(39)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39년 내내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태어난 B씨를 살뜰히 보살펴왔다. 10여년 전 B씨가 뇌출혈로 뇌병변 장애까지 왔음에도 B씨를 보호시설에 보내지 않고 직접 돌봤고 부양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교통사고로 인해 발가락이 절단되면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A씨에게 우울증이 왔고 A씨는 비극적인 사고에 사로 잡혔다.

B씨 역시 '함께 죽자'는 얘기를 거듭하자 A씨는 지난해 10월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직후 A씨도 자해해 의식불명 상태가 됐지만 이후 건강을 회복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39년이 넘도록 피해자를 보살펴왔고 피해자의 장애 정도를 고려하면 통상의 자녀 양육에 비해 많은 희생이 뒤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책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아들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것은 가장 가혹한 형벌일 것"이라며 A씨 가정의 딱한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B씨의 모친과 동생이 그간 A씨의 간병의 노고를 강조하며 선처를 탄원한 점, 장애인 지원 단체와 장애인 부모 단체 역시 A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 점 등도 판결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인간 생명은 존엄한 가치로 비록 피해자가 중증 장애를 갖고 있고 삶에 대해 비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라며 "부모로서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자녀의 삶을 앗아가는 것은 경위를 불문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방법이 잔인한 점, 피해자가 전적으로 믿었던 아버지에게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 속에 삶을 마감한 점, 당시 피해자 건강상태가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거나 간병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을 깊이 고민하고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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