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파산 위기 노스볼트 한국엔 득일까 실일까?
◆ 홍종호> 지난 9월이었죠. 폭스바겐이 공장 일부를 문 닫는다, 노동자들 해고시킨다 이런 소식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 현재진행형인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유럽의 배터리 기업이네요.
◇ 최서윤> 네. 노스볼트라는 스웨덴 기업이고요. 생소한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유럽 최대 대표 배터리사입니다. 2016년에 테슬라 임원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어요. 배터리 하면 주로 아시아 떠올리잖아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그다음에 중국 CATL, BYD 그다음에 일본의 파나소닉. 이 아시아 기업들의 대항마이면서 유럽인들한테는 나름 자존심이었던 기업이 노스볼트입니다. 폭스바겐이랑 골드만삭스가 최대 주주예요. 각각 21%, 19% 지분을 갖고 있고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출발한 기업이었습니다.
◇ 최서윤> 그런데 현지 시간으로 지난 21일에 노스볼트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뒤이어 CEO도 사임했고요. 챕터11이라고 불리는 파산 보호 절차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업 회생 절차하고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업을 따져봐서 청산하는 것보다 그래도 정상화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된다면 미국 정부 또는 법원 관리하에 채무 동결과 기업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인데요. 내년 1분기까지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거로 전망되고 있어요. 노스볼트가 파산보호 신청 서류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3천만 달러 정도 된다고 적었대요. 근데 이 비용이 이 회사의 일주일 치 운영 지원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 홍종호> 아주 긴박하군요.
◇ 최서윤> 네. 반면 부채는 약 200배에 달하는 58억 달러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요 주주인 폭스바겐이랑 골드만삭스의 손실은 분명한 것 같아요. 폭스바겐도 독일 자국 내 공장 폐쇄까지 결정할 만큼 어렵다 보니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고요. 골드만삭스 같은 경우에는 지금 우리 돈으로 한 1조 2천억 원가량의 투자금이 상각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한국수출입은행이 1400억 원 정도를 대출을 해줬대요. 관련해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그러네요. 아니, 배터리 산업에서는 그래도 유럽의 자존심이라고 평가가 됐는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왔죠?
◇ 최서윤> 10월 초에 나온 SNE리서치 자료를 보면요. 유럽 전기차 캐즘이 심화되면서 유럽 지역에서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어요. 여기에 더해서 상반기에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7이 예고가 됐었는데 초안에 비해서 완화된 기준으로 의회를 통과했고요. 그러면서 내연기관차 수명이 더 늘어나게 됐는데 이게 이 업체에는 악재가 됐던 거죠. 또 캐즘 외에 그냥 회사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어요.
◆ 홍종호> 그런 지적은 뼈아프네요.
◇ 최서윤> 일단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한중일 6개 사가 우세했던 게 있고요. 그다음에 수율 문제도 지적이 됐어요. 즉 배터리 생산하는 제품 중에서 양품의 비율이,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주요 업체 수율이 한 95% 이상인데 노스볼트는 40% 미만이라고 해요.
◆ 홍종호> 즉 불량률이 높다는 얘기죠.
◇ 최서윤> 네. 너무 높은 거죠. 절반 이상이 불량품이었던 거죠. 올해 6월에 BMW가 20억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3조 원 규모의 배터리 셀 계약을 취소하면서 본격 위기설이 불거졌어요. 이 원인도 수율이 올라오지 않고 있고 공급 예정 기한이 2년이나 지연이 됐기 때문이래요.
◆ 홍종호> 아무래도 같은 유럽 쪽의 회사라고 하더라도 자기 것만을 고집할 수가 없는 상황이죠. 제품 실적이 너무 안 좋으니까요.
◇ 최서윤> 맞습니다. 그래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서는 굉장히 뼈아픈 지적을 했어요. 임직원들이 무능했다. 무리한 사업 확정부터 구매 프로세스까지 전반적으로 미숙했다. 이런 지적도 했고요. 블룸버그는 이렇게 지적했어요. 노스볼트의 붕괴는 유럽에 부족한 게 자본이나 야망이 아니라 경험과 실행력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유럽이 청정 기술 경쟁에서 따라잡으려면 더 겸손해져야 되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 홍종호> 아주 적나라한 지적을 했네요. 지난 9월달에 폭스바겐 상황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되면 현대차에게 전 세계 3위 메이커니까 호재 아닐까 이야기했었는데요. 지금 트럼프 때문에 2차 전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굉장히 고조돼 있는 상황인데 과연 이런 식의 유럽에서의 상황이 우리나라 배터리 3사에게는 어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한번 말씀해 주시죠.
◇ 최서윤> 일단 양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배터리 3사한테는 경쟁사가 하나 사라진 거니까 그 자체로 보면 호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노스볼트 사태가 만약에 전기차 캐즘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거라고 한다면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 계획을 조정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배터리 수요 자체가 줄기 때문에 업계의 파이가 작아지는 결과가 초래되면 악재라고 볼 수가 있고요. 또 한 가지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까 블룸버그의 조언처럼 유럽연합이 중국하고 밀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예견도 나와요. 유럽연합이 관세 정책의 협상 카드로 CATL 같은 중국 업체에다가 유럽 내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있거든요.
◆ 홍종호> 해외 직접 투자를 유럽으로 들여와라. 그러면 좋다.
◇ 최서윤> 근데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중국을 아예 원천 차단하는 거라면요. 유럽은 시장은 내주겠다. 대신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다오. 이런 전략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이랑 중국이 많이 밀착을 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 홍종호> 경쟁이 유럽 시장에서는 최소한 그렇게 되겠네요.
◇ 최서윤> 그리고 시야를 넓혀서 보면 물론 시장에 2차 전지 업계도 있지만 관련해서 장비 제조사들도 있거든요. 장비 제조사에는 2차 전지 업체가 고객사예요. 그러면 업체들한테는 납품처를 하나 잃어버리는 거죠. 실제로 기업 SK 넥실리스가 노스볼트에 올해부터 5년간 최대 1조 4천억 원 규모의 동박 공급 계약을 맺었었다고 해요. 이런 업체들이 잔금을 못 받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 홍종호> 어쨌든 노스볼트 상황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 인지하고 이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배터리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 한번 말씀해 주세요.
◆ 홍종호> 이런 걸 보면 외적인 조건들, 보조금이나 지원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결국은 기술력, 품질, 가격이 시장에서 생존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핵심이다. 이런 생각을 다시 한 번 갖게 되는데요. 얘기한 김에 폭스바겐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지난 9월에 다뤘었는데 근황 좀 얘기해 주세요.
◇ 최서윤> 네. 폭스바겐 관련해서 새로운 소식이 있어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랑 합작회사 출범을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폭스바겐이 리비아에 58억 달러, 우리 돈으로 8조 원 넘는 돈을 전액 투자를 하고요. 리비아는 기술과 지식재산권 부분에서 폭스바겐에 기여를 하기로 계약을 맺은 거예요. 폭스바겐에 약한 부분이 전기 소프트웨어 기술인데 리비안에 맡겨서 상호 보완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이고요. 또 트럼프 당선으로 관세 폭탄에 대비해서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으로도 읽을 수가 있겠습니다. 현대차에는 경쟁사잖아요. 그래서 현대차도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 미국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이런 조언도 나오더라고요.
◆ 홍종호> 하여튼 점점 미국, 유럽 또 중국 시장 이렇게 분할이 되고 있는데요.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최근에 그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품질만이 살길이다. 우리가 중국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하기는 힘들어요. 결국 배터리도 전기차도 결국 어떻게 획기적이고 초격차적인 품질을 유지할 것이냐가 앞으로 시장을 계속 개척해 나가는 데 있어서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