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밤 중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의결로 6시간 만에 해제하는 사이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텔레그램에 가입하는 등 빠르게 '디지털 피난처'를 찾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계엄 관련 내용과 의견들이 쏟아졌다.
4일 엑스(X·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따르면 비상 계엄과 관련된 트윗만 80만개가 넘으며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국회의원'(약 14만개) '우리나라'(5만6000개) '가짜뉴스'(약 4만개) 같은 계엄과 관련된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 1~5위를 석권했다. 이 플랫폼에서만 계엄 관련 글이 100만여 개가 쏟아졌다.
특히 '텔레그램 깔아라', '새벽 동안 지인들이 텔레그램 가입했다는 알림이 엄청 쌓였다'는 등의 글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계엄 선포 이후 네이버 카페 접속과 뉴스 댓글 달기, 온라인커뮤니티 접속 등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온라인 소통이 중단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어서다.
네이버 측은 대부분 서비스 장애를 갑작스러운 트래픽 증가로 인한 일시 장애로 봤지만, 시민들은 불안을 지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텔레그램 가입자가 급증했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전날 한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인기차트에서 50위권이던 텔레그램 앱은 이날 3위까지 급등했다.
해외 포털사이트 구글에서도 16시간 전부터 현재까지 '계엄령'이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검색량만 200만건이 넘었다. 계엄 선포 이후 치솟은 '환율', 계엄령을 영어로 해석한 'martial law', 한동훈, 국무위원 등도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 올랐다.
통신 검열 우려도 커지면서 IP주소를 숨길 수 있는 VPN(가상사설망) 앱 설치횟수도 급증했다. 이날 오전1시30분 당시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닌자VPN은 3위, 유니콘 HTTPS은 12위, 노드VPN은 22위로 순위가 반짝 뛰었다.
VPN이란 PC·스마트폰 등 이용자 단말이 'VPN 서버'에 접속하면, 그 서버가 인터넷이나 기업·기관 내부망으로의 통신을 중계하는 연결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면 '사용자-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웹사이트' 구조로 연결되는데, VPN을 이용하면 '이용자-ISP-VPN 서버-웹사이트'로 바뀌어 국내 ISP가 이용자를 제재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