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비상계엄으로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광주 시민들이 45년 만의 비상계엄에 간밤을 지새웠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비상계엄 이튿날인 4일 광주 동구 금남로의 상가 거리. 음식점과 카페, 잡화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간밤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잠도 설쳤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봉천(74)씨는 5·18 당시에 서울에서 교직 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비상계엄 상황을 다시 겪어 충격적이라고 대답했다. 최씨는 "자영업자들은 제일 먼저 장사가 안될까 봐 걱정했다. 지금도 장사가 잘되지 않는데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됐다"며 "주변에 가상화폐(코인)이나 주식 등을 하는 사람들도 아우성쳤다"고 말했다.
오전 일찍 상점가를 찾은 20대 김영진씨는 "밤사이 가상화폐 거래 앱과 카카오톡 등이 들어가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겪으니 더 무서웠고 현실에서 '서울의 봄' 영화에 나오던 비상계엄을 경험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어리둥절한 상황에 뉴스를 지켜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동구에서 화방을 운영하는 박남길(62)씨는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국제적으로는 창피한 상황인 거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도자라면 신중하게 발언과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느냐"며 "이런 결단을 내린 데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해 뉴스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3시간여 만에 저지되고 6시간 뒤 해지된 것에 대해 안도의 마음을 보이는 자영업자들도 눈에 띄었다.
광주 북구의 한 당구장은 비상계엄을 저지한 것을 두고 이날 시민 모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도 했다.
A당구장 업주 곽순태씨는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 위기 상태를 만든다면 영세자영업자는 더 숨이 막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80년대 대학을 나와 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던 사람 중 하나이기에 이 같은 무료 이용 행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강기정 광주시장을 포함한 광주 지역 시민과 시민단체, 지역 의원 등 500여 명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모여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광주 시민 비상시국대회'를 진행했다.
이어 오후 2시 시민단체 대표자 30여 명이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 모여 대책 회의를 거쳐 이날 오후 7시 5·18민주광장에 다시 모여 주최 측 추산 1천 명 규모의 광주 시민 비상 행동 총궐기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