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황석희도 계엄 비판 "참담한 기분" "죗값 치르게 해야"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중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을 두고 대중문화계에서도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하루 동안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 사람의 지극히 위험하고도 어리석기 그지없는 판단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분노를 안길 수 있는지를"이라고 썼다.

그는 "하지만 참담한 기분 속에서도 우리의 시스템과 정신이 가장 큰 권력이 시도하는 패악에 강력하게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기도 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감동도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동안 혼란이 있겠지요. 그래도 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꼭 그럴 것입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황석희 번역가는 같은 날 유치원에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패션쇼를 기다려온 자녀의 일화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황 번역가는 "내일만 기대하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잠든 아이와 달리 우리 부부는 밤새 뜬눈으로 방송을 지켜봐야 했다. 내일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건지, 품고 있어야 하는 건지. 혹여나 아이에게 어떤 직접적인 영향이 오는 건 아닌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밤새 일이 해결되어 다행이지만 나는 그 상태가 유지되더라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 했다. 아이가 그렇게 기다린 패션쇼를 가지 말라고 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한심한 어른들 사정에 아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게 참담하고 인정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하원 시간까지 차에서 기다리려 했다. 혹시라도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라고 부연했다.

황 번역가는 "내겐 아이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 이 세상 전부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 내 아이의 일상을 깨뜨리려 하는 자는 나의 적이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고 끝내 이해하거나 연민하지 않을 나의 적이다. 반드시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내 아이의 일상을 위협하는 자에게 부모들이 얼마큼의 매서운 분노를 쏟아낼 수 있는지 당신은 모른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만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10·26 사태 때인 1979년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계엄 선포'를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대통령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초유의 반헌법적 사태에 국회의원들은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했고, '계엄 해제 결의안'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요구를 수용해 이날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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