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K-팝' 'K-드라마' 'K-영화' 등 'K-콘텐츠'를 통해 문화 강국으로 위상이 높았던 한국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발생하자 국제 사회가 권위주의 문화와 군사 독재 역사까지 주목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6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K팝과 독재자들: 민주주의에 대한 충격은 한국의 양면을 드러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진단하면서 한류 열풍에 가려져 조명되지 못했던 한국의 어두운 역사에 주목했다.
가디언은 방탄소년단을 선두로 한 한류는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을 문화적인 거물로 만들었고, 이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소프트 파워(문화적 영향력) 패권을 둘러싼 국제 시장에서 한국이 승자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가운데 K-드라마 열풍을 일으키며 한류의 주역으로 우뚝 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를 앞두고 세계적인 이목이 쏠린 가운데, 난데없이 벌어진 비상계엄으로 인해 '현실판 디스토피아'가 끼어들었다고 표현했다.
가디언은 비상계엄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근절하고 자신의 정책 의제를 방해하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선포했다고 부연하며, 한국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일본·영국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6·25 전쟁 이후 한국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등 단시간에 경제적·문화적 성과를 이뤘지만, 국가 재건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계엄령을 이용해 반정부 시위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들었다.
또한 여전히 뿌리 깊은 권위주의의 잔재가 남아있으며, 이러한 지점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이러한 것들은 종종 전통적인 위계 구조와 네트워크들에 의해 방조되고 더 커지는데, 이는 이번 계엄 사태에서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연줄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혹에서도 드러난다"라고 짚었다.
그렇지만 가디언은 이번 일을 두고 한국 내에서는 그간 쌓아 올린 국가적 위상과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비판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