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 친위 쿠데타의 부역자 세력들

윤창원·박종민·류영주 기자

윤석열을 잘 아는 법조인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계엄령은 실제적인 위협"이라고 걱정했다. 만약 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한다면 윤은 계엄령도 서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2월 말쯤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보다 훨씬 앞선 시점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이들은 다같이 "설마…"라고 코웃음치듯 반응했다. 증거와 정황이 있어서 한 얘기가 아니었다. 수십년 동안 지켜 본 윤석열의 성격, 기질 즉 '캐릭터'에 근거한 전망이었다. 윤의 캐릭터 얘기가 나오자 아무도 계엄령 발언에 토를 달지 못했다. 지금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겠지만 믿거나 말거나 윤은 그런 성격이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은 검찰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한 검사다. 무슨 음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직 총장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그를 사랑하고 키웠다. 윤은 10년이나 늦게 사시에 합격하고, 로펌에 갔다가 재입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검과 서울지검의 특수부에서 승승장구했다. 그의 기질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본인에게만 해당된다. 위압적이며 폭력적인 그는 타협을 알지 못했다. 벼랑끝 대치로 버티면 늘 승리를 체득했고 실제로 그 기질은 대통령까지 밀어 올렸다.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윤의 캐릭터에서 찾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권력 야욕의 끝판왕'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가 45년 전으로 한 번에 낙하하는 걸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이렇게 도로에 차가 많은데 어떻게 계엄령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시민들이 용납하겠는가"라는 반응이 많았다. "군내 파벌인 '하나회'를 청산했는데 군이 다시 무기를 들고 시민들에게 총을 겨눌 수 있는가. 말이 안되지"라고 위안했다. 
 
그러나 노벨상 위원회가 한강의 소설에 대해 "인간의 광포와 연약함을 잘 드러낸 시적 산문"이라고 평한 것처럼, 2024년 12월 3일 밤 계엄령의 광포함과 민주주의의 연약성이라는 극명한 대립이 서울 한복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에서 군인들은 절대로 총을 메고 아스팔트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화처럼 믿었지만 절대 신화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K팝으로 세계문화를 선도한다는 나라에서 특전사와 수방사 등 대한민국 최정예부대의 장군들이 위헌과 불법의 명령을 의심도 하지 않고 수행했을까. 그들은 왜 "군에서 명령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맹종하며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을까. 그들은 40년 선배들이 내란수괴와 공범으로 처단 받았다는 사실을 생생히 기억함에도 위헌.위법 명령을 의심하지 않고 따랐을까.
 
서울의 어느 거리에서도 폭도들이 가게를 털거나 소요 사태가 없는 평온한 화요일 밤이라는 사실을 텔레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도 위법 명령에 자판기처럼 튀어나온 것일까. 군의 정치적 중립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정치지도자를 체포하러 북파공작 특수임무대까지 출동한 걸까.
 
군의 취약성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민낯이다. 계엄령 이전까지 군의 취약성을 깨닫지 못했다. 한나라당 출신의 대통령 김영삼이 신군부의 광범위한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시켰을 때 군의 정치 개입은 일단락된 것으로 모두 알았다. 그런데 그 후손인 국민의힘 출신의 윤석열은 그 군의 취약성을 활용해 45년만에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까지 준비 시간은 불과 2년에 불과했다. 군 내에 '충암파'를 중심으로 사조직을 다시 만들었다. 하나회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조직이었다. 그런데도 충암파의 수괴와 군 조직은 무모하게도 계엄령을 결행했다. 실행력이 참으로 놀랍다. 핵심 인원이 한 고등학교 출신의 서너명에 불과한 군내 파벌이다. 물론 대통령이라는 군통수권자의 불순한 의도가 주에너지 원이었겠으나, 그들에게 무력 쿠데타를 감행하게 한 토양의 또다른 원동력이 있음에 틀림없다. 
 
류영주 기자

'충암파'에 강한 에너지를 불어넣은 건 5할이 검찰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을 정점으로 한 검찰정권은 불과 2년 만에 '군검 복합체'를 건설하는데 성공했다. 검찰은 '권력의 주구'라는 비판에도 근근하게 유지하던 형평성과 비례의 원칙을 아예 내던졌다. 공익의 대표자라는 구실도 스스로 포기했다. 그들은 정권의 사조직처럼 행동했다.
 
온갖 실정과 무계획한 국정 운영을 덮어주고, 특히 윤석열 부부의 범죄 혐의를 면탈해주는 국가통치 기구가 되었다. 검찰이라는 공고한 체제가 없었다면 충암파 같은 군 사조직이 겁도 없이 계엄령에 동참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 정권은 그들에게 믿는 구석을 제공했다. 언론과 야당은 탄압의 대상이었다. 검찰은 한국 민주주의 체제의 침식을 가져오고 특정 군 사조직에 무모한 도발의 용기를 제공했을 것이다. 그 역할은 크고도 넓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또다른 부역자를 꼽는다면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을 빼놓을 수 없다. 검찰출신 용병을 대통령으로 데려와 집권당이 되었지만, 그들은 막부 정권을 지탱하듯 당파 조직이나 다름없이 행동했다. 막부정권 유지를 위해 당 대표와 비대 위원장 체제를 번갈아가며 집안 싸움하는데만 골몰했다.
 
내란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두고도 그들은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 무력 친위 쿠데타를 "야당에 대한 경고"라거나 '한 밤 중의 해프닝"이라고 치환한다. 그들은 윤석열이 통치 능력을 잃고 직무 배제된 상태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탄핵심판에는 당론으로 불출석한다. 헌법과 법률에도 없는 '조기 퇴진'이란 슬로건으로 눈을 감는다. 집권당으로 국민의힘이 부역 정당이 아니고 살아있었다면, 아무리 윤석열 정치가 '쇼군정치'와 같다해도 계엄령같은 비현실적 드라마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과 부역 정당의 온상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중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위기의 온상인지를 알지 못한다. 대신 그들은 또 변신하거나 세탁하려고 한다. 뼈저린 반성 없이 그들의 지도자를 고려장 하듯 '구속'과 '조기 퇴진'이라는 이름으로 버리려고 한다.

온상을 걷어치워 증거인멸을 하는 것이다. 세탁의 달인들 답다. 병이 든 것은 온상 밖의 야당 때문이라고 오리발 내밀고, "국민들은 1년이 지나면 또 잊는다"고 윤상현처럼 자신한다. 부역 검찰은 쪼개고 해체시켜야 한다. 검찰조직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에 범죄가 만연한다는 수준 낮은 논리에 속아선 안된다. 계엄령이라는 국가 폭력은 어떤 범죄도 감당하지 못하게 한다. 부역 정당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극우 논리에 빠져 지도자를 '쇼군'처럼 섬기는 정당은 더이상 민주 정당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첨언하면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계엄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북한 땅, 즉 미수복 영토 회복을 염두해 둔 사실이라는 점을 군인들에게 알리고 싶다. 계엄령은 전시나 사변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리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한다. 지금은 상실한 영토를 실지 회복했을 때, 정상적인 행정이나 치안유지가 불가능하다. 계엄령은 그 민사작전을 돕기 위한 방편으로 헌법에 기록되었다. 실지 영토에서 경찰력만으로 막을 수 없는 폭력이나 소요사태가 일어났을 때에 한해 계엄령이 유효하지만 군사적으로 계엄령의 목적은 영토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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