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입장을 담화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는 스스로 물러나라는 여당 내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대신 탄핵 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되는 데요. 오늘도 권영철 대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윤 대통령의 오늘(12·12) 담화는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행위'이고 잘못이 없다는 건가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심야 뜬금없는 계엄 선포가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강변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가 12·12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한 걸 생각나게 하는 주장이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가 "내란 자백"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저는 당론으로서 탄핵을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박성민 의원이 "뭘 자백했다는 말이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한 대표는 "선관위와 정치인을 잡아들이기 위해서 계엄을 했다는 것이 자백입니다. 틀립니까" 라고 맞받았습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저는 윤 대통령을 출당 또는 제명시키기 위한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했다"고밝혔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자신 사퇴는 없다', '수사건 탄핵이건 끝까지 싸우겠다' 이게 핵심이라고 봐야겠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구구절절이 비상계엄 선포 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한 주장을 했지만, 핵심은 '자진사퇴하지 않겠다. 그리고 탄핵을 하든 수사를 하든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 이걸 강조한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개인적인 인기나 대통령 임기, 자리 보전에 연연해온 적이 없습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라면서 "자리 보전 생각만 있었다면, 국헌 문란 세력과 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 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임기나 자리 보전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는 건 모순되는 말 아니겠습니까?
[앵커] 윤 대통령이 자진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탄핵 심판을 받겠다는 건 어떤 의도일까요?
[대기자] 윤 대통령을 잘 아는 법조인들에게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물어봤습니다. 4가지 이유를 얘기했습니다.
[앵커] 탄핵 심판 의도, 4가지 이유, 첫 번째는 무엇입니까?
[대기자] 첫 번째는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 중 6명만 있습니다. 6명 만으로 심리를 하고 결정을 할 경우 1명이라도 반대한다면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형식 재판관이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이고, 얼마전 처형인 박선영 전 의원을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런 걸 감안했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변수는 국회에서 3명의 후보를 추천해 곧 청문회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면 9명의 완전체가 되는데그때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렸다가 파면된 건 재판관의 성향 분석에서 보수성향이 다수니까 유리할 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 역시 그런 판단을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기각 가능성을 첫 번째 이유로 말했고, 두 번째는요?
[대기자] 두 번째는 '시간끌기'입니다. 윤 대통령이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등 호화 변호인단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호화 변호인단이 할 역할이 무엇일까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절차를 따지는 겁니다. 민주주의는 절차가 중요합니다.
고검장 출신의 한 중견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치열하고 치밀하게 다툴것"이라면서 "법률적 쟁점이 많을수록 재판(헌재심판)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 후 3개월 만에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헌재의 심판기간이 길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앵커] 헌법재판소법에는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장 180일이잖아요? 심판 기간이 길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대기자] 시계를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돌려봅시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2016년 12월 9일 이뤄졌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2017년 3월 10일 결정됐습니다.
중간인 2017년 1월 31일 박한철 헌재소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했습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당시에는 헌법재판관이 9명이었지만, 심판이 결정될 때는 8명이었습니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만료가 3월 13일이었으니까 3일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겁니다.
지금 헌법재판관은 9명 중 6명입니다. 국회에서 연말까지는 청문회와 국회 임명동의 표결을 마친다고 하니까 곧 9명의 완전체가 되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심판기간이 길어진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이 2025년 4월 18일로 퇴임하기 때문입니다. 두 재판관은 문재인 대통령 지명이었습니다. 국회추천이나 대법원장 추천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지명의 경우 직무대행이 지명할 수 없다는 게 다수설이기 때문에 재판관 7명으로 결정해야 하는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대통령 탄핵 사유가 내란이라면 심리가 빨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기자] 그건 그렇습니다. 전직 한 헌법재판관은 "구속된 상태에서 탄핵심판을 하게 되면 길어야 두 달, 빠르면 50일 이내에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구속기간도 있고 하니까 최대한 빨리 할 걸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회가 윤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내란'이라는 간단명료한 사유로 한정하지 않고 다른 잘못들을 묶어서 제출할 경우 심판이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 중견법조인은 "헌법재판관 성향이 보수 또는 중도 보수성향이 많기 때문에 탄핵사유가 많고 복잡할수록 절차를 길게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탄핵사유는 가급적 내란으로 한정해서 압축해 제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두 가지 이유를 말해주셨고요. 그럼 세 번째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기자] 세 번째는 치밀한 소송대비 전략이라는 분석입니다.
윤 대통령도 법률가입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국민들 열받게 하려고 했을까요? 그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담화는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 주변의 법률가들의 검증을 거친 치밀한 담화라는 게 법조인들의 분석입니다.
윤 대통령을 잘아는 한 중견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술김에 국민들 열받으라고 쓴게 아니고 치밀한 본인의 소송 전략이 담화문에 다 담겨 있다고 본다"면서 "탄핵과 수사, 내란 재판 대비용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담화문을 보면서 수사기관들이 절차나 증거 등 정말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칠 수도 있을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계엄이 해제된 4일 저녁에 박성제 법무장관과 이상민 행안,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민정수석이 그 난리판에 송년 만찬을 위해 대통령 안가에 모였을까요? 30년이상 법률가로 일해온 사람들이잖습니까?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입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 인맥의 상당부분이 법률가들 아닙니까?
윤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사법부의 판례와 헌법학계의 다수 의견임을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또 "계엄 발령 요건에 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만,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앞으로 치열한 법리다툼을 알리는 예고편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앵커] 마지막 이유는요?
[대기자] 네 번째는 물타기라는 분석입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문에서도 봤겠지만, 오늘 담화문에도 야당 탓을 하는 대목들이 많습니다.
'대선불복' 프레임에서부터 '공직자 탄핵소추', '선관위 문제', '중국 관련' 등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야당 탓을 했습니다.
이런 걸 나열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국민을 진영으로 나눠 국론을 분열시키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태극기 세력 같은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 아니겠습니까?
법조인들도 윤 대통령 자신의 잘못은 없고 오로지 야당 탓, 민주당 이재명 대표 탓으로 돌려 자신이 꾸민 '친위 쿠데타', 내란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근무했던 중견 변호사는 "선거 부정 얘기를 하기에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긴 것도 부정 선거라는 말이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더니, '만방으로 이길 걸 겨우 이겼다고 하더라"면서 "선관위에 잘못이 있으면 수사를 할 일이지, 그게 군대를 보낼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물타기를 통해 비상계엄을 야당탓으로 돌리고, 지지세력을 결집해서 끝까지 버티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란을 인정하고 자진사퇴하면 후일 사면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야당 탓으로 돌려 진영간 대결로 몰고갈 경우 국민화합 차원의 조기 사면이 가능하다는 걸 감안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네. 일단 여기까지 듣고 다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