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버스 수입사와 서울지역 운수업체 간 뒷거래 정황으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정작 보조금을 지급하는 서울시는 관리감독에 '이중'으로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전기버스 구매 과정에 서울시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어서다.
막대한 세금으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중인 서울시가 엄격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의 혈세로 부정한 업체들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준공영제로 시내버스를 운영 중인 서울시는 관내 운수업체에 전기버스 구매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3억원대 중국 전기버스를 구매할 경우 △환경부(전기차 보조금) 7천만원 △국토부(저상버스 보조금) 9200만원 △서울시 3천만원 등을 운수업체에 각각 제공한다.
나머지 1억원 상당은 운수업체가 직접 내야 하지만,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까닭에 해당 금액 역시 서울시가 9년에 걸쳐 운수업체에 분할 지급한다. 서울지역 운수업체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전기버스를 사들일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자금만 지원할뿐 구매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아 빈틈이 많다는 점이다. 현행 체계상 서울지역 운수업체가 전기버스를 구매하는 과정은 2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이 구매할 버스 모델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다음으로 운수업체가 후보군 가운데 최종 모델을 결정하는 구조다.
2단계를 거치는 과정에 서울시가 개입할 장치는 없다. 관리감독 기능이 허술하다고 지적되는 이유다. 이 틈을 노리고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와 운수업체들은 불법 리베이트 등 뒷거래를 이어갔다.
리베이트 방식은 다양했다. 중국 전기버스를 구매해준 대가로 수입사가 운수업체에 사무실 리모델링 비용을 제공하거나 운수업체 대표에게 고급 수입차를 리스로 제공하는 건 기본이었다. 상당수는 운수업체 대표의 자녀에게 리베이트를 몰아주는 경우도 파악됐다. 대표가 자녀 명의로 자회사를 만들고 전기버스 충전사업을 병행하면 수입사들이 이곳에 충전기 등을 제공하는 식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버스를 둘러싼 뒷거래가 오래 전부터 암암리에 이뤄질 수 있었던 건 결국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시가 세금을 들여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도 정작 관리감독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 안이한 문제 의식도 비판 지점이다. 앞서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의 뒷거래를 알린 CBS노컷뉴스 보도 이후 서울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조사와 수입사 측에 일제히 전화를 돌려 불법 여부를 단순 확인하는데 그쳤다. 업체들 측에서 '문제가 없다'고 답하자 서울시는 더이상 불법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 공문 하나 작성하지 않고 수입사에 '셀프 점검'을 맡긴 셈이다.
이를 놓고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업체들에 사실상 수사에 대비하라고 미리 일러준 거나 마찬가지"라며 "서울시가 손을 놓고 관여하지 않으니 부정한 업체들만 돈을 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뒷짐만 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유경제이기 때문에 (버스 거래에) 시가 개입하기는 어렵다"며 "(CBS노컷뉴스) 보도가 나온 이후 업체들에 연락해서 유사한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는데 모두 문제가 없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