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가 아닌 기획'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로 일으키는 지역 경제

[CBS 창사 70주년 특별기획: '지역을 살피다, 미래를 살리다'⑥]
정부 재정 쏟아부어도 해법 못 찾는 지역 소멸 위기,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로 극복?
지자체 주도로 민간과 PF 구성, 정부 재정 母펀드 마중물로 대규모 개발 사업 추진
복합관광단지 개발 나선 단양군 "인구 소멸 위기? 생활인구 확대로 극복한다"
1조 4천억 규모 '동북아LNG터미널' 짓는 전남 여수 "기존 사업으론 엄두도 못낼 사업"
구미와 경주 잇달아 사업 성공한 경북 "공무원도 사업가들의 시야 보고 익혀야"
전문가들은 작은 지자체엔 문턱 높고 사업성-공공성 균형 잃기 쉽다는 우려도
"오히려 작은 지자체도 큰 사업 추진해볼 기회…정부서도 끝까지 적극 지원할 것

전남 여수 동북아LNG터미널 부지 전경. ㈜한양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가장 가까운 2차 병원 '4시간 48분'…지역의료 붕괴 '골든타임'
②사라지는 마을, 학교…대한민국 '소멸 쇼크' 현장 보고서
③"지역에 돈이 안 돈다"…기업·청년 실종보고서[영상]
④어르신 돌보고, 음악가 꿈 키우고…내 고향 지키는 '기부금'
⑤한은이 띄운 '대입 지역비례선발제', 지방소멸 해법인가?
⑥'유치가 아닌 기획'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로 일으키는 지역 경제
(계속)

전남 여수EXPO역에서 차로 달려 약 20분, 광양만 위를 가로지르는 묘도대교로 접어들자 차창 오른편의 작은 섬 묘도 곁에 8만 3천여 평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터미널 부지가 펼쳐졌다.

지난달 기자가 찾았던 '전남 여수 동북아LNG터미널'(이하 LNG터미널)에는 LNG를 100만 톤씩 보관할 수 있는 저장탱크를 짓기 위한 기초 공사가 한창이었다.

최대 진도 6.9의 지진도 견딜, 원자력 발전소와 맞먹는 내진능력을 갖추기 위해 탱크 1기마다 824개씩 쇠기둥이 지하 28m 아래 암반층까지 단단히 뿌리내렸다. 공사를 맡은 ㈜한양 서동헌 본부장은 지금은 탱크 2기가 터를 잡고 있고, 올해 안에 제3탱크도 기초 공사를 시작해 내년 말쯤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한 기당 LNG 20만㎘씩 채울 겁니다. 이 탱크가 장충체육관 1.5배 크기인데, 20층 아파트 한 채나 세계에서 가장 큰 A380 여객기 2기를 통째로 넣어도 남는다면 크기가 감이 오십니까?"

전남 여수 동북아LNG터미널 공사 현장. ㈜한양 제공

한국 중공업의 젖줄인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들어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2·3 내란 사태로 환율까지 치솟아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GS건설과 ㈜한양이 함께 짓고 있는 총사업비 1조 4천여억 원 규모의 LNG터미널 사업은 완공 후 인근 여수국가산업단지의 GS칼텍스 등 주요 에너지 기업에 LNG를 직접 공급해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지분 참여 형태로 사업에 참여한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LNG 터미널이 여수 산단 석유화학기업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통해 고용유발효과 1만 3천 명, 생산유발효과 2조 8천억 원을 거두고, 연평균 29억여 원씩 지방세 수입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사업에 참여하기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여수시청 손용봉 신산업에너지과장은 "기존 지자체 사업 방식이라면 단발성으로만 진행하거나, 중앙에서 받은 예산에 한정된 사업만 할 수 있었다"며 "기존 사업보다 10배, 100배가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있을 줄도 몰랐고, 여수시청 혼자서라면 알더라도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LNG 터미널 사업을 기반으로 총 15조 5천억 원 규모의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해 '묘도 에코 에너지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 비결은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에 달렸다.

밑 빠진 독 물 붓던 지역 개발,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는 어떻게 다를까

2000년대 초반부터 불거졌던 저출생 문제와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려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됐고,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왔다.

종합부동산세·부동산교부세를 활용해 지방재원을 확충하고, 2010년에는 부가가치세에서 끌어온 지방소비세를 신설했다. 수도권 밖으로 본사·공장을 이전하도록 약 20가지에 달하는 조세·지방세 특례를 제공하고, 특히 인구감소지역·기회발전특구에는 취득세·재산세를 면제하는 등 '선물세트'도 퍼붓고 있다. 더 나아가 2022년부터는 지자체들의 개발 사업에 10년 동안 매년 1조 원씩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도 마련했다.

하지만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19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전체 인구의 50.7%를 차지했다. 수도권의 GRDP(지역내총생산)도 2015년 50.1%로 비수도권을 앞지르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52.8%에 달했다.

위의 정부 지원책을 살펴봐도 국세에서 지방 재정을 떼어오는 방식은 자칫 지자체가 중앙정부 재정에 대한 더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 또 지역 이전 기업들에 대한 세제 지원은 간접적으로 투자를 유도할 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총액 규모는 크지만, 100여 개 지자체가 나눠가지니 정작 개별 사업에 이르면 지원 금액이 쪼그라든다. 지자체 성과에 따라 차등배분하기 시작했다지만 결국 지원 규모에 한계가 있다 보니 기존 지역 개발 사업과 차별화된 성과물을 만들기 어렵고, 그동안 지자체가 해왔던 사업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개념도. 기획재정부 제공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복안이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다. 정부·지자체 재정에 의존하는 단발적·소규모 지역투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레버리지를 활용해 지역과 민간이 함께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제도다.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란 지역의 수요를 감안한 대규모 융·복합 사업 프로젝트를 민간의 자본·사업능력과 결합하는 지역투자 방식이다. 정부 재정과 지방소멸대응기금, 산업은행에서 각각 1천억 원씩, 총 3천억 원 규모 모(母)펀드를 조성하면 지자체-민간이 함께 자(子)펀드를 결성·프로젝트 SPC를 설립해 지역 개발 사업을 벌이는 방식이다.

모펀드를 통해 마중물 투자를 받고 정부 등과 위험을 분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비타당성 조사 제외, 재정투자심사 단축·면제, 규제완화, 전용 대출 특례보증, 신속한 인·허가 등 각종 투자 인센티브도 부여된다. 한마디로 '얘기가 되는' 대규모 지방 사업을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기획해 민간의 사업능력·투자를 이끌어내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제도다.

올해 출범한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는 지난달 발표된 '경북 경주 강동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까지 총 4개 사업이 펀드 투자 대상으로 공표됐다. 아직 대다수 지자체 공무원들이나 투자자, 기업들에게도 익숙치 않은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의 물꼬를 튼 이들 사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

"단순 '유치' 넘어 공무원이 '기획'하고 민간 협업…지방에 진짜로 도움되는 사업 만들 수 있죠"

경북 구미 노동자 주거시설 부지. 김민재 기자

국내 대표적인 카메라 액추에이터 제조업체인 자화전자는 경북 구미 1국가산업단지에 경북도청과 구미시가 짓고 있는 '노동자 주거시설'에 사원들의 입주 계약을 검토 중이다. 서울 본사에서 파견온 직원들을 위해 모텔·원룸 40여 개를 리모델링해 기숙사로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구미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900여 명의 직원들에게는 별다른 거주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던 터에 활로를 찾은 것이다.

자화전자에서 일하는 황희웅씨는 "현재 회사 근처에 있는 구축 빌라 투룸에서 살고 있는데, 거주시설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꼭 가고 싶다"며 "가뜩이나 전세사기로 걱정이 많은데, 임대료가 시세와 비슷하기만 해도 지자체가 직접 짓는 신축 기숙사라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화전자 김성현 노사협력팀장은 "면접을 보면 지원자 중 30% 정도는 부산, 김해, 울산 등 인근 지역에서 오는데, 기숙사 등 거주 지원이 없다면 다들 일하기를 꺼린다. 태어나 처음 와본 지역에서 일하기도 힘든데 방까지 알아보려면 입사하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느냐"며 "단순히 정주 여건이 개선될 뿐 아니라 자기 개발이 가능한 시설까지 지원된다면 우리 회사와 구미공단의 인력 문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그냥 재정을 투입해서 지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다들 부정적이었어요. 그래서 초기에 제도를 착근시키고, 성공 사례를 내놓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솔직히 메가톤급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빨리 성공 사례가 나오니까 이제는 다른 사업 아이템들이 계속 솟아나고 있어요"

2시간 여에 걸친 인터뷰 내내 경상북도청 홍인기 민자활성화과장은 구슬땀을 연신 닦아가며 기자의 질문들에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경북도청은 관내 구미공단의 '노동자 주거시설' 사업을 주도해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1호 사업으로 쏘아올린 데 이어, 가장 최근 사업인 경주 '수소발전소' 사업도 연이어 출범시켰다.

구미 노동자 주거시설의 사업비는 약 1240억 원, 사업 성격도 기존의 지자체가 해왔던 주거 지원 사업과 큰 차이까지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북은 지역 기업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사업임을 수차례에 걸쳐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천 농산물 유통물류센터, 문경 호텔 리조트 사업도 같이 검토했지만, 토지 문제로 구미 사업이 가장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청년 기숙사' 사업은 2019년 산단 대개조 사업에서 나왔던 아이템이에요. 당시에는 예산도, 정책 수단도 부족해서 몇 년 동안 좌초됐는데,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덕분에 진행하게 됐죠"

'경북 경주 강동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조감도. 경북도청 제공

경북도청은 기세를 몰아 경주의 수소발전소 프로젝트도 출범시켰다. 내년 3월 착공 예정인 경주 수소연료전지발전소는 총사업비 7716억 원 규모로, 수소발전소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7.9MW를 생산해 연간 4인가족 기준 27만 가구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에서 사업을 설명하면서 전국 지자체 담당 팀장들을 불렀는데, 대부분 예산팀장이 왔지만 저는 기획팀장 자격으로 갔습니다. 과거의 지자체가 해왔던 개발 사업은 기업이 원하는 사업을 지역에 데리고 오기 위해 사장들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유치' 전략이었다면,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사업은 정말 지방이 원하는 사업을 공무원들이 직접 만들고, 민간과 협업해 통할 만한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기획'입니다"

그렇다면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를 추진한 지역의 공무원들은 어떻게 '유치'가 아닌 '기획'을 해낼 수 있었을까.

이제는 공무원도 사업 전문가…관광특구 단양군의 생존 비결

'단양역 복합관광단지'를 설명하는 단양군 이혜옥 부군수. 김민재 기자

'단양8경'으로 유명한 충북 단양군은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고작 2만 7천여 명 뿐인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지만, 연간 관광객은 1천만 명을 오르내리는 국내 최고 수준의 관광지자체이자 세계에서 가장 패러글라이딩을 많이 타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성지다.

정부가 매긴 지역관광발전지수에서도 단양군은 충청도의 유일한 1등급 지자체로 분류된 지역이다. 관광 사업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 11월 충남 보령시와 함께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우수'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단양군청 이혜옥 부군수는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마자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로 추진하고 있는 '단양역 복합관광단지'에 대한 사업 구상부터 업계 동향, 관련 인프라까지 30여 분간 막힘없이 설명했다.

"지난 6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단양군의 생활인구가 정주 인구의 10배 이상입니다. 저희처럼 작은 시군은 생활인구를 늘리는 것이 살 길이고, 특히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려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사업으로 100만 명 가량 신규 관광객이 유입될 전망인데, 이를 통해 일자리도 함께 창출하고 정주 인구도 늘리며 지역 소멸 위기에 적극 대응할 계획입니다"

단양역 복합관광단지 조감도. 단양군청 제공

한때 하루 약 300명만 이용했던 단양역은 중앙선 복선전철화로 이용객이 2배 넘게 급증했지만, 정작 단양역사는 남한강과 소백산국립공원에 틀어막혀 단양읍내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단양군은 단양역 일대를 이곳 관광의 하이라이트인 '만천하 스카이워크'와 케이블카로 잇고, 폐철도 부지를 각종체험시설, 미디어 아트터널로 꾸며 체류형 복합관광지로 꾸밀 계획이다.

이 역시 단양군이 2021년부터 구상했던 사업이지만, 대외적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는 단양군의 관광 개발 사업이 동력을 되찾을 마중물이 됐다.

'관광 특구' 단양군을 뒷받침하는 단양군청 관광팀은 공직사회에 흔한 '2년 순환보직'과는 거리가 멀다. 단양군청 강종민 관광투자유치팀장은 수년째 관광 진흥 업무만 도맡아오고 있다.

"예전에는 민간 기업은 자기 사업을 하고 지자체는 인허가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이번 펀드 사업은 지자체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직접 해내야 합니다. 처음에는 민간 사업자들과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많았고, 온갖 험악한 고생을 해야 했지만, 오랜 기간 기업인들과 호흡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업을 잘 해갈 수 있다는 확신도 얻었습니다"

단양군과 함께 관광단지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나무PM&C 조기훈 대표이사도 공무원들과 민간 투자자 간의 간극을 좁혀야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안되는 사업'에 투자해달라고 하는데, 사업가로서는 '잘되는 사업'이 더 잘되도록 투자해야 한다"며 "단양군도 만천하 스카이워크가 대표 관광상품인데, 케이블카로 관광단지와 연결해 시너지 효과로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고, 자연스레 다른 관광지로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순환보직', 지역 내외 이해관계 등 기존의 공무원들의 업무방식에만 얽메여서는 안된다는 것은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에 참여한 공무원들마다 입을 모아 지적하는 사안이었다. 경북도청 홍인기 과장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신이 공무원 맞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적어도 투자 부문을 맡은 공무원은 사업가적 마인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솔직히 시군의 담당 공무원들로서는 어렵기도 하고 걱정도 되겠지만 광역 지자체와 중앙 정부를 믿고 나서달라"고 말했다.

복잡한 펀드 사업, 공익성-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물론 아직 첫 돌도 맞지 못한 지역활성화 펀드의 앞날에 대해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걱정은 다소 복잡한 지역활성화 펀드를 추진하는 과정을 경험이 적은, 규모가 작은 지자체에서도 감당할 역량을 갖출 수 있냐는 점이다. 당장 펀드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4개 지역 중 실제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은 단양군 뿐, 나머지는 일정 수준 이상 사업 여력을 갖춘 지자체들이다.

여수시청 손용봉 과장은 "처음 해보는 업무이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도 됐고, 추진하다보면 그때 그때 빠르게 대응해야 할 때도 많은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금융기관 사람들과 회의해보면 처음에는 관련 용어도 이해하기 어려워서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했다"고 얘기했다.

경북도청 홍인기 과장도 "담당 과가 출범하자마자 전 직원과 함께 1박2일 워크샵을 떠나 외부 강사까지 초빙해 강의를 들었고, 지금도 매주 서울에 올라가 금융권 투자자들에게 아이템 컨설팅을 받는다"며 "제도 자체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기존 재정 사업과 다른 PF 개발 형태여서 솔직히 시군 지자체 공무원들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해 설득하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류영아 입법조사관도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역을 지원하는 기금'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의 수익사업'에 투자될 우려가 있다"며 기금의 공익성이 펀드의 수익성과 조화를 이루며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가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민간부문이 참여하는 지역개발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 간담회, 교육, 밀착 컨설팅, 상세 매뉴얼 배포 등이 충분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진경 연구위원은 "현재는 지자체가 사업을 먼저 개발·기획하고 자산운용사를 찾는 것이 현실이어서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충북 단양군의 경우 단양역 인근 부지를 개발가능지역으로 만드는 작업을 펀드사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이미 2~4년간 준비했고, 경북은 올해 경상북도 민간투자 활성화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중점과제도 도출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로서는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제도 자체가 너무 어렵고, 법률 및 회계·금융 등 관련 전문가를 섭외하기도 쉽지 않아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별 역량의 차이 등으로 프로젝트 사업을 발굴하는 단계부터 어려울 수 있다"며 "수요 추정, 주민의 논의, 지역의 의지 등을 거칠 충분한 시간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급하게 추진하면 장기적으로는 관리나 운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야말로 작은 지자체도 대규모 개발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재부 최진광 지역활성화투자팀장은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는 기본적으로 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가 역할을 분담해 함께 하는 협업 사업으로, 광역 지자체라면 사업을 추진할 역량도 갖추고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가 펀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만 250회 이상 컨설팅 교육을 제공했고, 더 내실있는 교육을 위해 내년 컨설팅 관련 예산만 10억 원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가 1인 이상의 이사회 이사를 지명하도록 했고, 지자체가 원하면 보유한 지분을 다른 사업주에 처분해 현금화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며 "과거 민자 사업은 사업 도중 민간 사업자와 갈등을 겪으면 신용 보강 등을 해주는 경우도 왕왕 있었는데, 유한 책임만 질 수 있도록 원천 차단해 안전장치를 강화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투자를 준비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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