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국회의원 체포조' 의혹을 겨냥해 경찰 수뇌부를 압수수색하고 국무위원을 줄소환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긴 윤 대통령 사건을 조만간 다시 검찰이 돌려받을 때 진행할 재수사를 위한 밑그림을 다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등 지휘부를 포함한 10명 안팎의 경찰 관계자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국수본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가 윤 대통령으로 명시됐다고 한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등 작업을 통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경찰 국수본과 국군방첩사령부 사이 연락 여부, 주체, 내용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계엄 당시 군과 경찰이 체포조를 운용한 배경에 윤 대통령이나 그 주변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조 운용 의혹을 규명하는 것을 윤 대통령 혐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검찰이 연일 국무위원을 불러 계엄 선포 전후로 열린 국무회의 등 당시 상황을 맞추는 것도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에 초점을 둔 수사의 한 축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시작으로 김영호 통일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소환했다. 국무위원이 아니지만 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 수사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정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등 계엄을 준비·실행한 핵심 관련자 신병을 확보했다. 이들의 입을 통해 윤 대통령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를 겹겹이 쌓아가고 있다. 여 사령관은 주요 정치인 체포조를 운용하고 선관위에 군 병력을 보내 서버 확보 등에 관여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직접 비화폰으로 자신에게 전화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검찰에 구속 송치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계엄 3시간 전 윤 대통령과 안가 회동을 갖고 계엄을 기획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 후 6차례 전화를 받았고 "(국회의원)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으로 체포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이 공수처에 넘긴 윤 대통령 사건의 전면 재수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검찰로서는 넘겨받은 사건을 다시 수사해 직접 공소장을 써야 하는 입장이라서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검찰이나 특별검사(특검) 중 어느 곳에서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지 장담하기 어렵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성탄절인 오는 25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현직 대통령을 여러 번 소환하기는 어려워, 일단 소환이 이뤄지면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구속 피의자는 최장 20일 내에 기소해야 해 ,공수처가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면 검찰이 기소를 준비하는 시간이 상당히 짧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변수인 특검 도입 일정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 손에 달렸다. 한 대행은 국회에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열흘 넘게 하지 않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일반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도 밝혀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상설이든 일반이든 특검이 임명돼도 수사까진 약 20일이 물리적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내란 수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검찰 인사는 "윤 대통령에게 소환장을 보낼 때 검찰은 이미 혐의 입증을 위한 조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며 "공수처로 간 사건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수사팀은 그 이후(기소)를 준비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