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행진한 트랙터 시위 후기 속속…"尹 모든 날이 흉흉하길"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트랙터 등을 타고 상경 시위에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에 힘을 보탠 시민들의 후기가 화제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농 시위에 참석했다는 후기 글이 다수 게재됐다. 이들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 인근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농민들을 지지하며 이틀간 함께 집회를 이어갔고, 마침내 윤 대통령 관저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 성공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 기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약 3만 여 명으로 추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종합해 보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후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시민은 "새벽 6시에 몸이 너무 얼어서 남태령역에 들렀는데 엄청 후끈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른 역에 가보니 너무 추웠다"며 "남태령역이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히터를 틀어준 걸 바로 깨달았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 농민은 "30년 넘게 농민운동을 했지만 그런 광경은 본 적도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며 "막 태어난 병아리들을 밖에 내놓은 것처럼 걱정되고 마음이 쓰였다"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고 깨달은 것이 있다는 한 시민은 "시민들과 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고 이런 식이면 연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무서웠지만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두렵다 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남태령역 집회 중 농민께서 구역마다 감사 인사를 해주셨는데 그간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이 돼서 너무 찡했다"면서 "앞으로도 쭉 관심 가지겠다 한평생 농민이셨던 외할아버지를 둔 손녀가…"라는 답을 보냈다.
남태령에서 발생한 농민과 경찰의 20시간 넘는 대치 과정 중 시민들이 주문한 각종 음식과 물품들을 배송한 배달원들에 대한 칭찬도 쏟아졌다. 한 시민은 "시간이 곧 돈이실 건데 남태령역에 배달 가주신 기사분들 감사하다"며 "말 그대로 돈이고 생업이 달린 일인데 대단하다"고 감사를 전했다.
한 시민이 공개한 집회 사진에서 시민들은 '석열아 오늘부터 모든 날들이 흉흉할 거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거나 각종 응원봉과 깃발 등 다양한 소품을 지참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정부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기 위해 전남 무안과 경남 진주에서부터 시작한 '릴레이 트랙터 행진'이다.
이들은 5일에 걸쳐 이동한 끝에 21일 낮 12시쯤 경기도 과천에 도착했고, 22일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약 300m가 떨어진 곳까지 행진한 뒤 귀향길에 올랐다.
"윤통 비난하는거 도저히 못참아" 홍준표도 CIA 신고당했다
일부 보수 지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연예인들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신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 21일 한 국민의힘 지지자로 추정되는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구시장 홍준표 CIA에 신고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CIA 신고 화면을 공개하면서 "자꾸 조기 대선으로 분열 유도하고 윤통(윤 대통령) 비난하는 거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신고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실상 대권 레이스에 나선 홍 시장을 CIA에 신고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한 회원은 "본인이 대선 출마자격 있는 줄 착각한다"며 직격했고, 다른 회원은 "홍 시장은 탄핵에 반대했다"며 두둔했다.
일부 보수 지지층들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힌 연예인들을 CIA에 신고하고 이를 인증하고 있다. 배우 김민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패러디 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공격받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018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일어난 바 있다. 일부 극우 사이트를 중심으로 CIA에 신고 당한 사람은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자녀 유학 역시 어렵다는 이야기가 유포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가짜뉴스로 확인됐다. 미국 비자나 체류 업무는 CIA가 아니라 미국 국무부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 성향은 비자 심사에서 아예 검토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은 언론을 통해 "CIA 신고 이슈 등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 정권과 차별화 시점은 4년 차 때부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일찍 와 버렸다"면서도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땅의 보수세력은 아직도 건재하고, 상대가 범죄자·난동범 이재명 대표라는 것"이라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이어 23일에는 "어차피 대구시장은 4년만 하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으로 대구혁신 100플러스 1을 압축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며 "어차피 선출직은 한때 지나가는 바람, 아수라판이 조속히 안정되고 정리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이유, 정치색 안 드러냈었는데" 與 전 비대위원의 한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팬들을 측면 지원한 가수 아이유에 대해 일부 보수 지지층이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유감을 표했다.
박은식 전 비대위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아이유가 탄핵 찬성 집회에 후원했다는 기사를 보고 진심으로 슬펐다"며 "이전엔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은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비대위원은 "일부 보수우파분들께서 불매운동을 하시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보수우파가 더욱 매력 있는 집단이 되어 아이유처럼 유능한 아티스트들에게 지지받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례로 미국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세계적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고 공화당으로 돌아선 사례를 언급하며 "아이유가 대중에게 인정받기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했던 것처럼 우리 국민의힘도 그런 모습으로 대중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이유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하는 팬들을 위해 주변에 위치한 여러 식당에 선결제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보수 지지층들은 아이유와 모델 계약을 맺은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거론하는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기업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카드 해지했다", "앞으로 이 제품 안 먹는다" 등이다.
아이유의 SNS에는 "깨어있는 시민인 척 하지 말라", "선동질에 약한 국민을 이용하지 말아라", "당신은 이 땅에 좌파들만 먹고 살 권리가 있는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거냐"는 등의 공격적인 댓글이 달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