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배제 정 대령, 복귀 직후 '햄버거 회동'…'수사 2단' 수사 확대

정성욱 대령,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직후 직무배제
노상원, 지난달 정 대령에…"다음에 (여단장) 네가 하면 돼"
'진급' 미끼로 접근해 인사에 영향 미쳤나
정 대령, 노상원이 꾸린 '수사 2단' 핵심 멤버 지목돼
'수사 2단' 파고드는 경찰 수사…단장·부단장 거론 인물 입건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막후 실세'로 여겨지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주축으로 계엄 행동 계획을 사전에 준비했다고 실토한 정보사령부(정보사) 정성욱 대령이 이른바 '햄버거 회동' 직전까진 비밀요원(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으로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조직에서 궁지에 몰린 현역 군인들에게 진급을 미끼로 내란 참여를 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 주도로 정 대령 등을 멤버 삼아 꾸려졌다는 계엄 대비 불법 사모임 '수사 2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군 인사들에게 소환 통보를 하며 수사를 확대하는 기류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소속 정 대령은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3개월 동안 직무 배제됐다가 올해 10월 31일 복귀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7월, 정보사 소속 '블랙요원'들의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정황이 군 수사당국에 의해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현역 군인 출신으로 정보사에서 군무원으로 일했던 A씨가 중국 측에 정보사 소속 해외 블랙요원들의 명단 등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정 대령은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민간인 신분인 예비역 장성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진급을 미끼로 한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실 등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종합하면, 정 대령은 지난달 노 전 사령관에게서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자료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은 이 통화에서 정 대령에게 전역까지 남은 기간을 묻고, '김봉규가 먼저 여단장하고 다음에 네가 하면 되겠다'는 취지로 진급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그보다 앞선 10월 전후, 직무 배제 상태였던 정 대령에게 접촉했다는 의혹도 있다. 노 전 사령관이 정 대령의 직무 복귀 등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붙는 배경이다.

정 대령은 정보사 소속 김봉규 대령,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함께 계엄 이틀 전인 이달 1일 노 전 사령관을 경기 안산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만났다고 파악된 '햄버거 회동'의 핵심 멤버다. 이와 관련해 정 대령은 "상급자인 문 사령관, 노 전 사령관, 김 대령 등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명단 확보, 실무적인 인원 편성, 출근 직원 통제 방법 등 내란 실행 준비 단계에 해당하는 구체적 행동계획을 협의·준비했다"고 지난 20일 변호사를 통해 실토했다.

노 전 사령관을 구심점 삼은 같은 장소에서의 햄버거 회동은 계엄 당일인 3일 낮에도 있었는데, 여기엔 1차 회동 때의 정보사 멤버들 대신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을 지냈던 민간인 김용군 전 대령이 참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계엄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을 수사한 뒤 전날 검찰에 구속 송치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경찰 특수단)은 역술가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민간인 노 전 사령관이 이 '햄버거 회동'을 통해 계엄 대비 불법 사모임 '수사 2단'을 구성하고 선관위 장악 계획을 짰다고 보고 있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햄버거 회동은) 노 전 사령관이 중심이 돼 '수사 2단'을 만든 모임이었다는 진술을 받았다"며 수사 2단의 역할에 대해선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임무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2차 햄버거 회동 참석자 가운데 구삼회 여단장과 방정환 기획관은 각각 수사 2단 단장과 부단장을, 정성욱 대령과 김봉규 대령은 부단장 아래 부서장을 맡을 예정이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찰 특수단은 구 여단장과 방 기획관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소환 통보했다고 전날 밝혔다. 수사팀은 수사 2단의 실체를 뒷받침하는 인사발령 문건까지 국방부로부터 확보한 상태다. 구 여단장이 수장인 2기갑여단은 전차·장갑차 운용 부대로, 계엄 시 기갑 전력 투입도 검토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관련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한편 경찰은 이미 구속된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공범으로 김봉규 대령, 정성욱 대령, 고동희 대령을 특정하고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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