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쏴서 끌어내" 김용현 공소장 속 '내란 수괴' 윤석열의 흔적들

검찰 특수본, 김 전 장관 내란 등 혐의로 기소
尹 '국회 봉쇄·체포조 운용' 전방위 관여 정황
"문 부수고 들어가 끄집어 내"·"도끼로 문짝 부숴"
"계엄 해제돼도 내가 두 번 세 번 선포하면 돼"
최소한 올해 3월부터 비상계엄 모의 정황
檢 "11월부터 실질적인 계엄 준비 진행 판단"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로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12·3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내란 우두머리(수괴)인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당일 흔적을 빼곡하게 공소장에 담았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때부터 주요 계엄 실행자들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국회의 봉쇄와 요인 체포,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반출 등을 전방위로 지시하거나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7일 김 전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수괴로 지목하고 관련 내용을 자세히 풀어 공소 사실에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계엄군 지휘부에 국회 봉쇄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를 직접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 발령 이후부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전까지 조지호 경찰청장(구속)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하고 잡아들여라. 불법이고 다 포고령 위반"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과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국회 출입을 3일 밤 11시37분부터 금지하고 28개 경찰 기동대와 경찰버스 168대, 지휘차량 56대 등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투입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도 여러 차례 직접 전화를 걸었다.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가결된 직후인 이튿 날(4일) 오전 1시3분쯤에는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라며 "해제됐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하기도 했다.

국회에 계엄군을 보냈던 특수전사령부 병력 운용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이뤄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인지' 묻고 "아직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 운영에 관해서도 윤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을 잡았다. 윤 대통령이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며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를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말했다. 검찰은 계엄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당시 한동훈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10여 명이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적어도 지난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장관 등 공범들과 여러 차례 계엄을 논의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질적인 계엄 준비는 지난 11월부터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말~4월 초 삼청동 안가에서 김 전 장관, 여 사령관 등에게 시국이 걱정된다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월에는 국군의날 행사를 마친 뒤 식사 자리에서 정치인 관련 시국 이야기와 언론계, 노동계 좌익 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비상대권을 언급했다.

지난 11월 24일 관저에서는 김 전 장관에게 "국회가 패악질을 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며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같은 달 30일 밤에는 "헌법상 비상조치권,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다음 날인 12월 1일에는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냐"라며 "계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이 자신이 작성한 포고령 초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야간 통행금지' 부분만 윤 대통령이 직접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인적, 물적 증거를 통해 충분히 (사실 여부를) 확인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위헌적이고 위법한 계엄과 포고령에 근거해 다수의 무장 계엄군과 경찰이 동원됐다. 여의도(국회·민주당사)와 과천(선관위), 수원(선관위), 관악구(선관위), 서대문구(여론조사꽃) 일대 평온을 해하고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회의원 등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침해하려 했다"며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자 했으므로 '폭동을 일으킨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검찰이 파악한 이번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경의 숫자는 총 4749명에 이른다. 이 중 경찰이 31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밖에 특전사 1109명, 수방사 282명, 방첩사 164명, 정보사 40명, 군 경찰 10명 등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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