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사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올 상반기 안에 재판부의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7일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였던 도현 군의 할머니 A(60대)씨 등 유촉 측이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7억 6천만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9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도현이 가족(원고) 측은 이날 재판에 앞서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이 천문학적으로 낮지 않다"는 취지의 박정철 변호사 증언을 바탕으로 한 종합 준비 서면을 제출했다. 박 변호사는 티볼리 차량에 장착된 ECU를 제조한 회사에서 5년간 근무한 ECU 시스템 엔지니어로 ECU 개발 경험과 ECU에 관한 전문 지식을 겸비한 인물이다.
이날 재판은 양측 소송대리인의 최종 변론 후 결심공판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관련 기록 추가 검토 필요와 다음달 예정된 법원 정기인사 등의 이유로 한 차례 더 심리를 진행한 뒤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11일 오후 4시 열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한 뒤 상반기 안으로 1심 선고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급발진 관련 재판에서 실제 도로 시험 등 여러 기술적 감정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대한민국 최초일 것"이라며 "기술적인 사항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뒤 상반기 중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2년 동안 현행법에서 말하는 입증 책임을 위해 원고로써 모든 것을 다 해 왔다고 생각을 한다"며 "저희 가족이 2년 동안 괜찮은 척 살아왔지만 정말 파탄난 과정에서 온전하게 살지 못했고, 모든 것들은 꾹 참고 지금까지 명백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싸움을 해왔다.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이 사고로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이후 경찰이 재수사까지 진행한 결과 지난해 10월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면서 도현 군의 할머니는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만에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사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가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