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다 결국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마지막까지도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응했다",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주장해 '궤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지지에 감사드린다", "청년들이 열정을 보여줬다", "끝까지 싸우겠다" 등 막판까지 지지층 자극에 몰두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체포 尹 끝까지 '불복', '궤변', '지지층 자극' 논란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저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 구역을 소방 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2분 48초 분량의 이 영상은 대통령실 통해 미리 녹화됐다. 윤 대통령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직접 메시지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난해 12월 14일 영상 담화 이후 32일 만이다. 내란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이번이 여섯 번째다.
윤 대통령은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체포영장에 응했다고 주장했지만, 유혈사태 우려가 있기까지 핵심 원인은 윤 대통령의 '버티기'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과 25일, 29일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발부했다.
지난 1일 1차 체포영장 신청에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고 대통령 경호처는 결사적으로 막았다. 체포영장은 재신청됐으며 법원은 재차 발부했고, 경호처는 관저를 사실상 '요새화' 시키며 긴장감을 높였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 영장이 발부되고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으며,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했다는 등의 주장도 이어갔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불법 시비는 더는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만 있지만,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해당해 수사 권한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는 경찰, 국방부와 함께 합동으로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영장 발부는 이러한 부분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 역시, 대통령 관저 관할 등을 고려하면 특별히 문제 삼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불이익은 경호처 일선 직원들이 당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포영장의 경우 법상 막아설 근거가 없어 경호처가 저지한다면 공무집행방해 소지가 있었다.
'강경파' 경호처 수뇌부들은 체포영장 필사 저지를 공언했지만 일선 간부 및 직원들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고, 결국 이번 체포영장 집행에 있어 경호처가 큰 저항 없이 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한편 내란 사태 이후 지지층 결집을 계속 시도했던 윤 대통령은 체포 이후에도 지지층을 향해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체포영장이 집행된 후 관저를 떠나기 전 마지막에는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하기도 했다.
이미 관저 앞에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지지층을 자극시키며 끝까지 '갈라치기'에 임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체포 직전 尹 돌연 '자진 출석' 카드…막판 '꼼수'?
윤 대통령은 체포되기 직전 그동안 불응했던 '자진 출석'을 돌연 하겠다고 나서며 약 2시간을 지체했다.
정 실장은 대통령실 공지에서 "우리는 자진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이에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 말씀하시고 체포에 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자진 출석 카드를 두고 이른바 '막바지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교수는 "체포 영장을 집행하지 않기로 한 순간 체포 영장의 집행은 종료된다"며 "집행이 종료되면 체포영장의 효력은 사라진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그렇게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을 강제로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자진 출석은 자진출석이기 때문에 조사 중 언제든지 돌아가겠다고 하면 잡아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일반적인 체포영장 집행과 달리 경호처 차량을 타고 경기도 과천 공수처로 이동했다. 취재진의 눈을 피해 공수처 청사 후문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윤 대통령 체포는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으로,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수처는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곧장 조사하고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