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부터 첫 현직 대통령 체포까지…숨 가빴던 43일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압송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

'12·3 내란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이 참여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에 15일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 성공 모두 헌정사상 최초 사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의 계엄령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체포된 이날까지 숨 가빴던 43일 동안 주요 사건을 되짚어 봤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하며 선관위 점거…가까스로 계엄 해제

CCTV에 기록된 계엄군의 선관위 시스템서버 촬영 모습. 연합뉴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2분 정도가 지난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군 병력 등에 의해 점거됐다. 비상계엄 선포와 사실상 동시에 이뤄진 점거는 사전 준비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주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12월 12일 담화를 통해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난 3일 오후 11시 25분쯤 계엄사령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발표했다.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이 48시간 이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계엄법에 근거해 '처단'한다는 포고령의 내용은 여전히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포고령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초안을 작성했다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의중 역시 반영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포고령에 대해 잘못 베낀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 계엄군, 국회 진입…'지체 없이 계엄해제' 지켜지지 않아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오후 11시 48분쯤부터는 헬기 등을 이용한 중무장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이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시민과 국회의원, 보좌진 등의 저항으로 국회 점거를 지연시킬 수 있었다.
 
국회는 4일 오전 1시쯤 계엄 해제 결의안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2시간 30분 정도 만에 이뤄진 신속한 조치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것은 4일 오전 4시 28분. 국회 의결 이후 3시간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한 것이다. 계엄법에는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될 경우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해제까지 총 6시간이 걸렸다. 이후 윤 대통령은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디 있느냐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계엄은 엄연히 6시간 동안 지속됐고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12·3 내란사태…尹, 수사·탄핵심판 두 갈래 위기 자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오후 2시 43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 6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탄핵소추안에는 비상계엄 자체가 위헌·무효이며, 군을 불법 동원한 내란죄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라는 내용이 담겼다.
 
5일 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사임을 수용했다. 당시 기준으로도 최소한 내란죄의 공범이 될 수 있는 인물에게 스스로 그만둘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7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은 1분 50초짜리 짧은 담화를 통해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을 모두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담화에는 제2의 계엄은 결코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 내용에 안심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국민들은 적어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진행된 탄핵 소추안 의결은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불성립됐다.
 
8일부터 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으며 법무부는 출국금지 조치했다. 수사기관은 9일 군 수뇌부와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8일 긴급체포된 김용현 전 장관은 10일 구속됐다. 이후 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16일 열린다.
 
12일 오전 9시 42분 윤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는 내용을 골자로 약 28분 분량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7일 대국민담화와는 분량은 물론 그 내용이 사실상 완전히 달랐다. 이날 담화는 탄핵은 물론 향후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14일 오후 5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4명 찬성으로 의결됐다. 국민의힘 의원 최소 12명이 이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헌재의 탄핵심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계엄 보름 만에 내란죄 수사 단일화…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건물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

지난 16일과 18일에는 경찰과 검찰이 윤 대통령 내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기로 했다. 12·3 내란사태 발생한 지 보름 만에 수사 주체가 공수처로 단일화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는 27일 헌법재판관 6인 체제에서 시작됐다.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해 8인 체제가 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3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30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며 이튿날인 31일 법원은 30여 시간 만의 숙고 끝에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새해가 밝았고 3일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첫 집행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날 오전 8시 5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작을 공지한 지 5시간 30분 만에 공수처는 집행 중지를 선언했다. 체포 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체포에 응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3자 회동 성과 없이 결렬…헌법재판관 기피 신청 기각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서울 용산구 관저 입구 안에서 기갑수색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공수처는 지난 7일 2차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경찰은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 등 경호처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다. 박 처장은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경찰 조사에 임했으며 사직서가 수리돼 김성훈 경호차장이 처장 임무를 대행했다. 그 사이 경찰 조사에 불응해 온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12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공수처에 방문해 선임계를 제출했으며 14일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에 대한 방어권 보장 등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냈다. 같은 날 공수처와 경찰, 경호처는 2차 체포영장 집행 관련 3자 회동을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윤 대통령 측은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14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헌재가 5차례의 변론기일을 한 번에 지정한 것을 두고도 윤 대통령 측은 '졸속 심판'을 주장하는 이의신청서를 냈지만, 헌재는 이 역시 배척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 6시간 만에 성공…공수처, 尹 조사 착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공수처와 경찰이 진입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받은 공수처는 이날 집행에 나섰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4시 28분쯤 공조본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도착해 3시간 30분 정도 뒤 관저 바로 앞 철문까지 이르렀다. 다만, 실제 영장이 집행되기까지는 2시간 30분 이상 더 소요됐다.
 
윤 대통령이 탄 경호 차량은 한남동 관저를 출발해 이날 오전 10시 52분쯤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 청사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곧바로 공수처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경호처의 철통 보안으로 윤 대통령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곧바로 윤 대통령 조사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은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날 고강도 조사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예정이다.
 
12·3 내란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서야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체포와 조사를 받게 됐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