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경쟁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서울특별시를 큰 차이로 제쳤다.
전북은 2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유효표 61표 중 49표를 얻었다. 11표에 머문 서울을 따돌리고 대한민국 대표로 올림픽 유치전에 나서게 됐다.
국제적인 인지도와 인프라, 재정 규모 면에서 열세가 예상됐던 경쟁이었다. 서울은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어 스포츠 시설을 갖춘 데다 교통·숙박 등 다른 인프라가 잘 갖춰진 종합 경쟁력 6위의 국제적인 도시로 선정이 유력해보였다. 반면 전북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무주를 내세웠으나 강원도 평창에 밀렸던 만큼 이번에도 서울 대세론에 다시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전북은 전체 74표 중 유효했던 61표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49표를 받았다. 서울의 4배가 넘는 지지였다.
절실함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유치 확정 뒤 "전북도민들은 물론 지방 도시들과 연대를 통해 지방 소멸 위기를 벗어나자는 간절한 마음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유승민 회장도 "서울의 프레젠테이션(PT)이 완벽했지만 전북은 대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체육회 관계자도 "전북은 김 지사가 PT를 전부 진행할 만큼 열정적이었는데 서울은 오세훈 시장이 인삿말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실무자가 진행했다"면서 "이런 전북의 절실함이 체육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지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전북의 멋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복, 한식 등 전북을 상징하는 자산을 앞세워 반드시 국제 경쟁에서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지난 2023년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이에 김 지사는 "미래로 나가기 위해서는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교훈을 얻어 새 계획이 반영돼야 한다"면서 "유치를 위한 조직위원회가 신속하게 의사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과 분산 개최에 대한 여지도 남아 있다. 김 지사는 "이사회에서 이사님들이 서울과 공동 개최 제안을 했다"면서 "대한체육회와 긴밀하게 논의해서 가장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들도록 열린 마음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북은 대한체육회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2036년 올림픽 유치 의향서를 체육회를 거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북은 이미 유치 의향서를 IOC에 제출한 인도와 인도네시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 튀르키예 등과 개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036년 올림픽 개최지는 내년 또는 2027년 IOC 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