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조건부 휴전' 역제안에…젤렌스키 "속임수"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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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휴전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휴전에 동의하면서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에 추가 조건을 제시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저녁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휴전안에 대한 반응이 "매우 교묘하고 예측 가능했다"며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을 계속하고 싶다고 직접 말하기 두렵기 때문에 사실상 휴전안을 거부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은 휴전을 가능한 한 오래 지연시키거나 아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푸틴은 직접적으로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시간을 끌고 정상적인 해결은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종종 이런 방식을 취한다"며 이를 푸틴의 '속임수'라고 꼬집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휴전 자체는 옳고 우리는 이를 확실히 지지하지만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며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반영해야 한다고 역으로 제안했다. 또 현재 전쟁 상황이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선 상황을 고려해 분쟁 종식을 위한 다음 조치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푸틴이 트럼프가 제안한 휴전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지연시키거나 실현 불가능하게 만드는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며 사실상 즉각적인 휴전을 거절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푸틴은 휴전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이 러시아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의 조건부 (휴전) 지지는 미국에 대한 호의를 표시하고 트럼프와의 추가 회담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가 제시한 수많은 조건은 러시아가 신속한 휴전을 배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한편, 미국과 휴전 합의를 이룬 우크라이나의 전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8월 기습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에 밀리며 유일한 협상 카드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쿠르스크주의 1300㎢를 점령했으나, 최근 전력 열세로 인해 주요 요충지를 잇달아 러시아에 내주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쿠르스크주 영토의 70%를 탈환했다. 푸틴 대통령이 12일 군복을 입고 쿠르스크주를 방문해 영토 수복을 지시한 것도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종전을 위한 더 구체적인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유지할 영토와 양보할 영토, 그리고 최종 합의의 다른 모든 사안들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첫 단계는 휴전"이라며 러시아에 동참을 재차 압박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함해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모두가 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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