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반상(盤上)의 제왕' 신진서 9단(24·한국 랭킹 1위)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대만의 쉬하호훙 9단과 대결에서 승리했다. 쉬하호훙 9단은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신 9단을 이긴 후 금메달까지 따낸 선수다.
신 9단은 27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 최고 기사 결정전' 2라운드 4경기에서 대만의 바둑 1인자 쉬하오훙 9단(23)에 맞서 20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지난 26일 열린 1라운드 2경기에서 박정환 9단에 거둔 156수 불계승까지 이번 대회 2연승이다.
이날 경기는 양국 바둑 1인자의 대결답게 초반부터 팽팽한 승부가 있어졌다. 중반 흑 79수째에서 신 9단의 느슨한 수가 나오면서 미세하지만 백(쉬하오훙)에게 약간 유리한 형국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백 126수째 쉬하오훙 9단이 대세점을 놓쳤고, 흑 127로 대세점을 차지한 신 9단이 반집 앞서는 국면이 됐다. 중앙 두터움을 차지한 신 9단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43, 145수 결정타로 백 모양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크게 앞서며 승리를 챙겼다.

이날 신 9단의 승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더한다. 신 9단은 24세, 쉬하오훙 9단은 23세로 두 선수는 약관(20세·弱冠)을 조금 넘긴 기사들이다. 이들은 각각 한국과 대만의 바둑 1인자 자리에 올라있다. 이에 따라 이날 경기는 양국 바둑을 대표하는 비슷한 또래의 기사들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쉬하오훙 9단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당시 4강전에서 신 9단을 꺾으면서 금메달을 노렸던 신 9단은 동메달에 그쳤다. 당시 쉬하오홍 9단과 상대 전적에서 3전승이었던 신 9단은 유력한 금메달 주자였다. 그러나 쉬하오홍 9단에게 예상치 못한 패배(278수 만에 흑 불계패)를 당하면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아시안게임 패배 후 신 9단은 쉬하오홍 9단과 대결에서 2번 승리한 바 있다. 이날 또 다시 승리하면서 아시안게임 당시 아쉬운 패배를 완전히 설욕했다. 또 쉬하오훙 9단과 전적에서 6승 1패의 우위를 점하게 됐다.

신 9단은 이날 경기 전 "대만의 1인자 이기에 어려운 상대라 생각한다. 진 경험도 있기에 조심해서 판을 짜야겠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패배를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경기 후 신 9단은 대국이 힘들었다는 취지의 소감을 밝혔다. 신 9단은 "(쉬하오홍이) 굉장히 끈질긴 선수여서 초반에 앞서 나가고 싶었다"며 "중반에 흐름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경솔한 수가 나와서 계속 안 좋았다. 나중에 또 실수를 좀 했는데, 거의 마지막에 이겼다"고 전했다.
신 9단은 29일 중국 바둑의 차세대 주자 투샤오위와 대결에 대해서는 "이 경기는 결승에 가기까지 고비가 될 듯 하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 힘든 대국이었던 만큼 (내일은) 좋은 바둑을 두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2억 원이고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제한 시간은 시간 누적 방식으로 1시간에 추가 시간 30초가 주어진다.